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 및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에 대한 혐의를 두고, 전국 각 교구 사제단의 시국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달 25일 부산교구 사제단 121명으로 시작된 교구 사제단의 시국 선언은 마산교구와 광주대교구, 인천교구와 전주교구에 이어 대구대교구와 안동교구로까지 계속되고 있다. 아직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교구들 역시 시국 선언 발표를 거의 확정적으로 결정한 상태이며, 주교회의 정평위 차원에서도 추이를 지켜보며 입장 정리를 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적지 않은 수도자들이 사제들과 입장을 같이하면서 동참하고 있다.
사제단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가정보기관이 불법적으로 선거 과정에 개입했으며, 그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국가기밀문서를 불법적으로 공개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근본 질서를 뒤흔드는 범죄행위를 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사제단은 진상 규명과 관련자 문책, 국정 최고 책임자의 사과와 국정 개혁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에 대한 신자들의 입장은 다양하지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교회가 정치 참여를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에서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논란이 되는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회가 세상과 사회 속에 살며, 교회의 사회교리의 입장에서 불의를 질타하고 정의를 구현하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사제단은 잘못된 정치 문제에 대해 판단하고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전자의 입장이 우려하는 부작용과 논란, 교회내의 분열과 갈등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공감하면서, 후자의 입장, 즉 우리 사회 속에 불의와 부정의 요소가 있다면 이에 대해서 복음적이고 민주시민적인 입장에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함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당파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것은 교회와 교회의 구성원들이 지극히 경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교회와 정치는 별개의 세상이며, 완전히 다른 가치관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왜곡된 정교분리의 원리 역시 피해야 하는 것이 교회의 사회교리적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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