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도 전의 흑백영화다. 쫄딱 망한 주인공. 차라리 죽자. 무섭게 흐르는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강 저쪽에 또 한 사람. 아까부터 주인공을 보고 있다. 몸을 던지려는 주인공, 한 발 앞서 물에 빠지는 그 사람. 죽으려 했던 걸 깜빡 잊은 주인공. 뛰어들어 그를 건진다. 그는 늙은 할아범이다. 할아범이 말한다. “널 구하려고 그랬어. 나는 천사야” 주인공은 짜증이 난다. “그러셔? 날개는?” 할아범 천사가 미안해서 말한다. “없어, 착한 일 천 번을 아직 못 채웠거든” 서로 쳐다보는 두 얼굴이 정말 재미있었다.
<마이클>이란 영화도 있었다. 미카엘 천사 얘기다. 마이클은 큼직한 코트로 날개를 감추고 향긋한 냄새를 풍기며 건들건들 걷는다. 괜히 기분이 좋아진 여자들, 웃고 춤추며 아무도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마이클이 싱긋 웃으면 여자들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서 눈길이 그윽해졌다. 객석의 내 눈길도 그랬다.
그러나 천사 얘기 1위,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천사 이야기는 단연 구약의 ‘토빗기’다. 토빗기를 무대에 올리면 얼마나 멋질까. “뮤지컬 ‘토빗기’ 각색 이엘리” 크~ 내 소원이다. 두둥얼쑤 밴드가 막을 연다. 새벽 별빛 조명. 하늘이 내려다 안 볼 수 없는 절절한 멜로디가 흐르고. 눈먼 토빗과 아름다운 사라, 서러운 가슴으로 눈물의 듀엣을 부른다. 강한 비트의 밴드가 무대를 뒤집으면, 라파엘 천사가 사람 아자리야로 내려오고 유일하게 그 정체를 알아보는 토빗집 개가 신비한 춤을 춘다. 토빗과 악처 안나의 부부싸움과 토비야와 사라의 첫날밤의 달콤쌉쌀 4중창이 무대를 달군다. 사라 아버지 라구엘의 비통한 솔로가 가슴을 후비고 라파엘과 마귀 아스모데오스의 육해공군전 무시무시한 한 판 격전이 뮤지컬 ‘토빗기’를 클라이막스로 몰고 간다. 그리고 해피앤딩의 대합창이 사랑의 하느님을 무대 한가득 펼쳐 놓으면…. 발빠르고 솜씨좋은 라파엘 천사가 금빛 광채를 좍 뿌리면서….
소원은 떠들어대라고 누가 그랬다. 우주가 듣도록 큰소리로 떠들어대라고. 만들 거예요! 만들 거예요! 결재해주세요! 뮤우지커얼 토오비이이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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