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에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가 있다. 한국전쟁 말에 이 다리를 통해 포로 송환이 이뤄졌는데, 한 번 다리를 건너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 다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덕분에 더욱 유명해졌다. 기자도 3년 전 취재차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영화적 상상에 젖어들어 마치 남북한 군인들이 남몰래 우정을 나누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는 어떠한 인기척도 느낄 수 없는 쓸쓸한 곳이었다. 영화 속 소통의 상징이 현실에서는 분단의 상징이었던 셈이다.
지난 130여 일 동안 한반도는 분단 현실을 절실하게 체험했다. 4월 초 북한이 일방적으로 폐쇄한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를 놓고 남북한의 치열한 공방이 오고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해 공단의 재가동은 요원해 보였다. ‘돌아오지 않는 다리’와 마찬가지로 개성공단은 분단의 상징이 돼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성모승천대축일을 하루 앞둔 14일 제7차 개성공단 남북당국실무회담이 극적으로 타결을 이루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안정적인 공단 운영을 위한 방안도 합의했다. 작은 통일 마당이라는 별칭처럼 개성공단은 진짜 ‘작은 통일’을 이룬 셈이다.
개성공단 정상화 촉구 비상대책위원회 유동옥 공동위원장은 “한민족 8000만에게 큰 축복”이라며, 공단 정상화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이 협력하면 못 이룰 것이 없다는 뜻이다. 이러한 남북의 협력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회개하고 서로를 용서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형제가 너에게 하루에도 일곱 번 죄를 짓고 일곱 번 돌아와 ‘회개합니다’ 하면, 용서해 주어야 한다”(루카 17, 4)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다시금 마음에 새겨봐야겠다.
소통과 협력으로 이룬 개성공단의 작은 통일이 마침내 화해와 용서로 이어져 한반도에 진정한 통일이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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