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마태오 5,9)
‘평화!’ 가만히 되뇌기만 해도 잔잔한 기쁨이 밀려오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최상의 가치인 평화를 누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우주만물의 간절한 소망이리라. 평화는 무엇인가? 그는 쟁취해야 할 어떤 ‘목표’가 아니라 그냥, ‘누리는 은총’인 것 같다. 어떤 상황이 이루어지면, 아니면 어떤 상황을 이루었을 때 스스로 따라오는, 아니! 이미 그곳에 그 상황과 함께 공존하는 ‘동반가치’가 아닐까?
평화는 우리 마음 깊은 곳에 이미 ‘평화의 샘’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특정 단어든 사람, 장소, 노래, 그림, 추억, 등등 무엇이든지 그 ‘평화의 샘’을 건드리기 만하면 평화는 나의 온 존재와 더불어 너, 그리고 너와의 관계성 안에도 가득히 퍼진다. 마치 ‘허브’ 같이 파문(波紋)이 퍼져나가듯이! 각 개인은 물론 이웃, 사회, 국가, 세계가 평화로우면 얼마나 좋으랴! 최상의 가치인 만큼이나 지키기도, 누리기도 어렵다.
‘분단!’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대한민국! 권력이 뭐 그렇게 좋은 것이라고,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가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한 민족이 갈라져서 오도 가도 못하고, 허리가 두 동강이 난 채로 60여 년을 지내고 있는 것일까? 현재 우리사회 대부분의 커다란 사회악도 결국은 그 뿌리가 분단이다. 경험에서 알듯이 분단 하에서 ‘안보’를 주된 기치로 내세우는 한 민주주의는 결코 뿌리를 내릴 수도, 성장할 수도 없다. 한반도의 분단을 극복하는 평화통일 없이는 진정한 평화도 없다. 분단은 그 자체로, 있어서는 안 되는 명백한 ‘악’이다.
악의 연대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과 안보를 빌미로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무차별하게 극대화하는 주변의 강대국들과, 영구집권의 욕망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남북의 집권자와 집권세력들의 연대는 철옹성이다. 게다가 우리의 무관심이라는 악의 연대까지! 오래된 분단생활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당연시하며 살고 있지만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할 수 있는 독소가 암덩어리같이 존재하고 있다. 의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전쟁만큼 큰 시장도 없고 무기 산업만큼 큰 장사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누군가에게 ‘전쟁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그 누군가가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또다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조건이 60년 전부터 이미 형성되어 있다.
평화는 구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억울함이 없는 평등사회, 정의로운 사회가 되면 그저 주어지는 ‘동반가치’이다. 평등사회를 위해 사회정의가 세워져야한다. 스승 예수의 가르침인 ‘이웃사랑’이 바로 ‘사회정의 실현운동’이다. 사회정의는 이웃에 대한 크고 큰 사랑이 있을 때 시작될 수 있는 사회개혁운동이다. 평화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할 것인가? 명백한 불의를 깨고 이웃에 대한 큰 사랑으로 사회정의를 세우는 일이다. 사랑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때 비로소 모두가 손에 손잡고 함께 누리는 만인의 평화, 진정한 평화가 올 것이다.
한반도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우리의 땅 덩어리, 우리나라다. 그분이 말씀하신다. “네 영광을 남에게 빼앗기지 마라. 네 나라 이권을 남의 나라에 넘겨주지 마라.”(바룩서 4,3) 오늘이 적시(適時)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하여 이 정부와 온 국민이 주체성을 갖고 외세를 물리치고 주권을 행사하여 평화통일을 위해 전력 질주할 때이다.
“자, 때가 왔습니다. 일어나 갑시다!”(마태오 26,46)
<서울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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