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의뢰받았습니다. 무엇을 쓰면 좋을까 라는 생각할 땐 조금 막연했던 마음이 무엇을 나누면 좋을까 라는 생각으로 바꾸고 나니 제 머리 속에 이것, 저것 떠올랐습니다. 지난 3년 동안 작은 무료 대안학교를 운영하면서 제가 느끼고 배웠던 것을 써보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으니 그것을 여러 사람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시작해 봅니다.
저는 남양주에 있는 작은 무료 대안학교인 도담학교에서 무료 교장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도담학교는 탈학교 청소년들이 여러 이유로 학교에도, 다른 대안학교에도 갈 수 없어 오게 되는 학교입니다. 그만큼 아이들이 여러 색의 고민을 가지고 있고 그 고민의 색만큼 다채로운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다양한 그림물감 세트 같은 아이들을 보며 학교는 무엇을 해주어야할까 하는 고민을 늘 하게 됩니다.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까?’
일반학교에서는 획일화된 그림을 그려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쓰이지 않는 물감도 있고, 너무 많이 써서 빨리 없어지는 물감도 있습니다. 잘 쓰이지 않는 물감은 한 쪽 구석에서 굳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 물감들을 버리지 말고 잘 사용하면 모두 그림을 그리는 데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말 안 듣고 사고치는 물감이라도 필요한 곳이 있습니다. 조그만 부분을 칠하는데 쓰일 수도 있고, 다른 색깔과 섞어서 새로운 색을 만들기도 합니다. 색깔이 많지 않아도 섞으면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 저는 남들 보다 초라한 물감 세트를 받아들었지만 골고루 잘 사용해서 소박하지만 괜찮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품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제 눈엔 어떤 명화보다 감동적인 작품이 나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대단한 작품이 아니면 또 어떻겠습니까? 그냥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고 조금이라도 좋은 감정과 느낌을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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