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안에서 고등교육, 특별히 제도화된 고등교육 기관인 대학의 역할은 더 이상 말할 나위 없이 지대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은 오늘날 자칫 오해되고 있는 것처럼 풍요로운 개인적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기능적 역할에 그쳐서는 안된다. 대학교육은 결코 고도 경쟁 사회에서 우월한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위치를 얻기 위한 직업 교육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가톨릭계 대학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클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가톨릭대학연합회 국제회의는 오늘날 보편교회가 신앙의 해를 기념하면서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복음화에 가톨릭계 대학들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모색했다. 이 회의는 특히 아시아의 현실 속에서 아시아의 가톨릭 대학들이 긴밀한 협력 체제 안에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아시아의 복음화를 위한 새로운 열정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회의에 일관될 뿐만 아니라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고등교육기관에 항시 요청되는 것들 중의 하나가 가톨릭적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가톨릭의 교육 이념에 바탕을 둔 진리 탐구와 신앙의 증진이 가톨릭계 대학의 정체성이 아닐 수 없으며 이는 곧 세속적인 성취의 수단이 된 대학교육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요청한다.
오늘날 교회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우려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상대주의이다. 진리의 절대성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없는 세상에서 교회는 변하지 않는 진리를 선포해야 하는데, 신앙을 위기에 처하게 하는 상대주의적 사고가 팽배한 우리 사회 안에서 진리 탐구의 전당인 대학은 학문 연구와 특별히 전인 교육을 통해서 진리를 가르치고 선포한다.
이러한 가톨릭교육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가톨릭계 대학들은 직업 교육의 수단이 되어버린 오늘날 한국 교육, 특히 고등교육 기관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참 스승이신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참된 전인 교육과 복음화 노력의 구심이 되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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