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자성월이 돌아왔다. 신앙을 증거하다가 죽임을 당한 한국의 순교자들을 특별히 공경하고 그 행적을 기리는 달로, 한국교회만의 고유한 성월이다. 순교 선열들을 현양하고 기념하는 일 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신앙인들이 신앙선조들의 정신과 삶을 본받아 현 시대가 요구하는 순교의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이번 순교자성월에는 ‘신앙의 해’와 맞물려 순교 신심으로 신앙 쇄신의 계기를 마련코자 하는 기념행사들이 대거 눈에 띈다. 주교단이 솔선수범해서 공동 도보 순례 시간을 갖는가 하면 서울대교구는 성지순례 길을 선포하고 교구장이 직접 그 길을 걷는 시간을 마련한다고 한다. 주교단의 도보 순례 계획은 ‘주교들이 먼저 나서 순교 신심을 되새기고 신앙생활의 모범을 보이기 위한 것’이 그 취지로 알려졌다. 아울러 각 교구마다 하느님의 종 125위 시복시성을 기원하는 순교자 현양대회가 다양하게 열린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한국교회는 대표적 영성을 ‘순교 영성’으로 꼽을 만큼 신앙선조들의 순교 영성과 이를 토대로 한 신앙적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순교 성인은 있는데, 순교 신심은 없다’는 교회 일각의 지적에서처럼 외형적인 행사들 속에서 순교자들의 삶과 영성을 본받기 위한 신앙적 노력들이 병행돼 왔는지 되돌아 봐야 한다. ‘냉담교우 증가’ 현상 등 교세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양적성장 뒤편의 그늘이 지적되는 모습이 그러한 반성의 한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신앙의 해를 지내며 맞이하는 순교자성월은 다시한번 하느님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증거의 삶을 보였던 순교자들의 신앙을 반추하면서 작금의 우리 신앙을 새롭게 되돌아보고 튼튼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 전문가의 지적처럼, 그저 순교자들을 알고 만나는 일에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안에 받아들여 동행하고 나아가 그 정신을 삶 속에 접목하는 노력이 활발해 지는 시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