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전통을 세우려고, 여러분은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물리칩니다.” (마르코 7,8-9)
우리 믿음의 핵심은 무엇인가? 과연 무엇을 믿는 것인가? ‘하느님은 임마누엘 - 우리와 함께, 우리 가운데 계시는 분’임을 믿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 진리의 삶을 살고 있는가?’(루가 18,8)이다. 예수의 사명은 무엇인가? 사회정의가 죽어있던 당시의 사회를 개혁하여, 사랑과 정의의 하느님 나라를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사회에 실현시키는 것이었다. 이것은 창조주 하느님의 뜻이고 그리스도 예수의 구원의 의지다. 이것은 예수의 탄생에서부터 그분의 삶과 죽음에 이어 그분의 부활로 확인된 진리다. 예수는 이웃 - 가난한사람, 아픔과 고통이 있는 사람, 억울함이 있는 사람,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을 당신 자신처럼 여기며(마태오 25,4045)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마르코 1,15)는 기쁜소식을 전하셨다. 그분은 말씀뿐만 아니라 당신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현해 나갔던, 사회개혁가이셨다.
운전자가 백미러를 보는 것은 앞으로 바르게 나가기 위해서다. 현재 우리 가톨릭교회는 스승 예수의 가르침을 올바로, 충실히 실현해 나가고 있는가? 예수께서 흡족해 하시는 교회의 모습인가? 아니면, 혹시 그 옛날 예수께서 질타하셨던 성직자 중심의 유대교와 흡사하지는 않은가? 미사전례 중심의 신앙생활과 약간의 봉사생활로 자족하고 있지는 않은가? 혹시 교회가, 이웃과 함께하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를 이룸에는 소극적이면서 물질이 최상의 가치가 되어 버린 이 사회의 축소판이 된 것은 아닌지? 기복종교화 되고 부자들의 교회가 되어 가난한 사람들이 설자리가 없지는 않은지? 성직자들이 신자들 위에 군림하며 우리의 이웃과 이 사회문제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예언자로서의 역할은 잘 하고 있는지?
하나의 유기체가 두 동강이 나면 그 생명이 살아있다고 한들 정상적이겠는가? 교회의 우선적 선택이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이라면서 분단 아래 고통 받는 이들을 60년이 넘도록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반도의 분단은 생명과 평화의 하느님의 뜻에도 반하는 명백한 ‘악’이다. 그렇다면 교회의 역할은 자명하다.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분단의 악을 극복하고 사랑과 정의, 평화와 자유가 강물처럼 흐르는 한반도를 이 땅 위에 세우는 것이다.
교회의 고위성직자들은 배움도 크고 경륜도 깊고 대부분 연세도 지극하시면서, 교회 안팎의 진정한 어르신들이다. 그분들이, ‘분단의 악을 깨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이 하느님께서 주신 이 시대의 ‘지상명령’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이 사명에 생명의 타는 불꽃과 열정으로 혼신을 다한다면 얼마나 신명나는 세상이 될까? 평화통일운동은 언제 시작해도 이른 감이 있을 테고, 어떤 방식으로 하든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야만 할 산이라면 골짜기가 더 깊어지기 전에 넘어야하지 않겠는가?
“빛의 자녀답게 사십시오. 빛은 모든 선과 정의와 진실을 열매 맺습니다.” (에페소서 5,8-9)
<서울 포교 성 베네딕도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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