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가 살고 계신 대전 본가에 갔다. 대전 용문동 같은 자리에서 평생 ‘용문 이용원’을 운영하시는 분은 돌아가신 아버지(1937년생)와 초등학교 동창이셨고, 아버지는 늘 용문 이용원에서 스포츠 머리로 이발을 하셨다. 나는 10살 이후 용문 이용원에 더 이상 가지 않았다. 동네 또래 아이들 대부분이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이발소는 나이든 어른들이나 가는 곳이라며 미용실에 가기 시작했다. 어머니로부터 이발소집 딸이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나와서도 독실하게 신앙생활을 했고 신앙이 없었던 이발소 아저씨 내외가 부지런한 신자가 됐다는 얘기는 오래 전에 들어 알고 있었다.
평일에 머리 깎을 시간이 없어 본가에 내려간 김에 머리를 깎으려고 미용실을 몇 군데 들렀다가 전부 문이 잠겨 있어서 쑥스러운 마음으로 용문 이용원을 찾았다. 거의 30년만이었다. 이발소 안으로 들어가자 아저씨는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고 나도 70대가 된 아저씨에게 먼저 말을 건네지 못했다. 나는 순간 경악하고 말았다.
이발소 안이 30년 전 모습과 티끌만큼도 달라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발소 특유의 의자와 세면대, 벽에 걸려 있는 면허증 액자와 ‘최신’ 헤어스타일을 한 남자모델의 사진, 수건을 차곡차곡 넣던 서랍장까지 빛만 바랬다 뿐이지 그대로였다. 남자 모델 사진 밑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 국번이 한 자리(2-0000번)인 것으로 보아 1960년대에 이발소 문을 연 듯 했다.
딱 하나, ‘일을 시작하며 바치는 기도’가 벽에 붙어 있는 것만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누군가는 시대에 뒤떨어졌다거나 촌스럽다고 할지 모르지만 나는 50년 세월을 말 그대로 한결같이 살면서 오직 신앙인으로 변한 이발소 아저씨의 인생도 참으로 멋지다는 감동을 받았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주어진 생업에 성실히 임하면서 신앙에서만 성장한다면 성공한 인생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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