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순교자들의 신심을 북돋우고 발자취를 따라 걷는 성지순례가 한창이다.
10일에는 주교회의 의장 강우일 주교를 비롯한 한국 천주교 주교단이 서울대교구가 조성한 성지순례 길을 걸었다. ‘신앙의 해’ 순교자성월을 맞아 신앙선조 순교 신심을 되새기고 주교들 스스로 신앙의 모범을 보이기 위한 취지였다.
특별히 신앙의 해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주교단의 순례 모습에서처럼 순교 신심을 통한 내적 신앙 쇄신 노력으로써 각 교구 본당 단체들의 순례 열기는 예년보다 한 층 더 뜨겁게 느껴지는 듯 하다.
사전적 의미에서 볼 때 ‘성지순례’는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와 관련된 성스러운 땅, 즉 성지와 순교자들의 유해가 안치된 곳이나 성인들 유적지인 성역을 방문하여 경배를 드리는 신심 행위다.
이러한 순례의 최종적인 목적은 결국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만큼 유명한 명승지나 유적지를 찾는 관광과는 본질적으로 의미가 다르다. 가톨릭대사전에서 밝힌 표현대로 그야말로 하느님을 만나는 ‘올라가는’ 여행이다.
성지순례의 근본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그저 공동체 친목 도모의 배경을 얹은 ‘무늬만 성지 순례가 빈번한’ 한국 교회 경향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본당 단체 단합대회나 ‘순례를 겸한’ 관광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순례가 만연해 있다는 지적이다. 주(主)객(客)이 전도되는 격이다.
신앙의 해에 순교자 성월을 보내며, 보이지 않지만 신앙 선조들이 우리 마음에 지어놓은 것을 쫓아 하느님 사랑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기고 신앙의 열정을 불러 일으키는 성지순례 문화가 활성화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순례 본연의 의미와 경건함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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