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는 7일 저녁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10만 여 명의 순례자들과 함께 또다시 국제적 전쟁의 위기에 처해있는 세계의 평화를 위해 단식과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이라크의 전례를 따를 수도 있는 시리아 사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스도교는 물론 다른 종교 신자들도 함께 기도해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이 또다시 ‘상업적’ 동기가 의심받고 있는 시리아 공습을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교황의 이같은 행보는 국제 사회가 비극적인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는 지혜를 촉구하고 있으며, 결코 폭력은 폭력의 방법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역사적 교훈과 인도주의적 결단, 그리고 형제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물론 국제사회는 시리아에서 엄청난 인명 살상이 이뤄지고 있는 사태를 묵과할 수는 없다. 특히 무차별적인 화학 무기 사용이 야기하는 충격적인 실상과 이를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강경책의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모든 제재와 개입은 국제사회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신중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며, 이라크 사태에서와 같이 일부 강대국의 무의미하고 맹목적인 무력의 사용 형태로 이뤄져서는 안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시리아의 화학 무기를 감독하고 폐기할 수 있는 방법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발언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의 입장 표명을 통해서 시리아 화학무기는 국제사회의 감시감독 하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상황은 불투명한 것이 사실이다. 화학무기의 폐기나 반납을 확인하는 절차가 쉽지 않을 것이고, 미국의 ‘상업적’ 동기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어떠한 명분을 내세워서라도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무력 개입의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교황 프란치스코가 이미 결연하게 표명했듯이, 가톨릭교회는 이같은 무력 사용에 대해 분명히 반대의 입장을 표명할 것이고, 모든 믿는 이들은 이러한 전쟁 반대의 노력을 지지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