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톨릭교회는 국정원의 불법 선거개입을 규탄하며 전국 15개 교구(군종 제외)가 모두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해 있다.
가톨릭신문의 기자로 종종 마주하는 어려움은 이처럼 정치적 화두가 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취재하며 발생하는 생각의 차이다. 신자의 여부를 떠나 많은 사람들은 나의 성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 불편함이 그저 감정에 그치고 이유를 따져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회가 왜 정치참여를 하는지, 정치 편향적인 것은 아닌지 궁금증을 갖는다면 그것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공권력의 명령이 도덕질서의 요구나 인간의 기본권 또는 복음의 가르침에 위배될 때, 국민들은 양심에 비추어 그 명령에 따르지 않을 의무가 있다.’(간추린 사회교리 399항)
부산교구 사제 162인과 남녀 수도자 715인이 지난 9일 시국미사를 봉헌하며 발표한 2차 시국선언문의 인용 부분이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세상 안에 있는 교회,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가 되어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 이어서 1967년에는 바오로 6세 교황이 정의평화위원회를 설립해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증진하는 것이 세상에 대한 교회의 중요한 봉사임을 분명히 했다.
교회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추구하는 것은 정치적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성숙하지 못한 민주주의, 인권과 인간 존엄성에 대한 침해를 막고 ‘공동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인 것이다.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까지 교회의 수많은 구성원들이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나와 같은 신앙을 갖고 있는 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왜 내고 있는지 관심과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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