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회 안에서는 현 시국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 개진들이 봇물처럼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입장 표명들은 종종 사안에 대한 현격한 입장과 시각의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민감한 사안들을 두고 교회 안에서 갈등이 생기고 교회가 분열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우려를 하는 이들도 분명히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최근 일련의 움직임들에 대해서 복음의 정신과 교회의 사회적 가르침, 그리고 신앙인으로서의 양심과 신중하고 진지한 성찰을 통해서 사안을 식별, 개인의 안녕과 사회의 공동선을 염두에 둔 올바른 판단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성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과 마산교구에서 처음 시작된 사제단의 시국 선언은 전국 각 교구로 확산돼 실제로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의 사제단이 모두 시국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사제단의 움직임은 평신도들에게로도 확산돼 이른바 천주교 평신도 1만인 시국 선언이 이뤄지기도 했고, ‘다수의 애국평신도’를 대변한다며 ‘대한민국수호천주교모임’ 명의로 국내 일간지 광고를 통해 사제단의 시국선언을 비난하는 글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 대외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많은 신자들이 입장에 따라서 논란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이와 관련해 교회와 신앙인이 모든 사회적,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함구하라거나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획일적 정교분리원칙을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사회 참여를 자주, 강하게 촉구하듯이 교회는 불의한 사회 구조에 복음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를 언제나 말해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무분별하고 편파적으로 정치적 사안에 개입하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함을 천명한다. 최대한의 공정함과 복음적 식별을 통해서 특히 민감하거나 자칫 편향적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 교회는 철저하게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교회와 신앙인은 공동체의 일치와 친교에 그러한 논의들이 해악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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