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사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가톨릭 신자들이 이웃 종교 신자들에 비해서 약간은 생명윤리 의식이 높지만, 정작 교회의 기본적인 가르침과는 전혀 동떨어진 의식과 실천을 나타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 신자 100여 명을 포함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낙태’에 대한 인식과 실천을 주제로 실시한 이 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가톨릭 신자들은 비록 다른 종교 신자들에 비해서 낙태 허용에 대해 반대하는 비율이 약간 높게 나타나긴 했지만, 부분적 낙태 허용에 대해서 무려 82.9%에 달하는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낙태가 허용될 수 있는 정당한 이유로 혼외 임신, 계획하지 않은 임신 등을 들은 비율은 오히려 가톨릭 신자들이 다른 종교인들이나 무종교인들에 비해서 높게 나타나, 실제로 신앙과 삶의 실천이 전혀 유의미한 관련성을 맺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한다.
사실상 이같은 수치가 주는 충격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십수년간 실시된 몇 건의 설문 조사에서도 이같은 수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고, 모자보건법 반대 등 낙태 근절을 위한 교회의 노력이 과연 얼마나 성과를 보이고 있는가, 혹은 교회 안의 신자들 조차 교회의 가르침을 충실하게 따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교회의 외침이 얼마나 큰 반향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 심각한 현실은 이처럼 문제의 심각성이 노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목적 대안이 적절하게 마련되지 못했거나 거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수 차례에 걸친 본격적인 조사에서 거의 대동소이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고, 이번 조사에서도 그러한 경향은 그대로 나타났다.
해결의 단초는 생명윤리 교육이고 이를 체득할 수 있는 실천 프로그램의 마련이다. 사태의 심각성이 누적되고 노출되면 될수록 문제의 해결은 난망해진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본격적이고 전면적인 해결책의 모색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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