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브라질 마지스와 세계청년대회 취재 중에 있었던 일이다. 각각 한국과 프랑스, 레바논 청년들은 이동을 위해 버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주최 측의 사정으로 출발이 지연되자 각 나라의 청년들은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먼저 레바논 청년들은 버스 뒷좌석에 둘러앉아 춤과 박수를 섞어 노래를 부르고 즐기고 있었다. 프랑스 청년들은 “우리는 출발하고 싶다!”며 반쯤 장난을 섞은 시위를 벌이며 주최 측과 만나 출발이 연기되는 원인과 출발 예정 시간을 알아내 버스 내 청년들에게 공지했다.
한국 청년들은 무엇을 했을까? 한국 청년들은 가만히 자리에 앉아 이 모든 광경을 구경하며 대기시간의 지루함을 보냈다. 기자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청년들의 반응이 나라별로 다른 이유는 아마도 각 나라의 문화와 습관, 분위기 탓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상해보자. 위와 같은 상황에 세 나라의 청년이 아니라 가톨릭신자와 비신자가 타고 있다면 어땠을까? 두 그룹의 차이를 상상할 수 없다면 우리 스스로 가톨릭 영성을 살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한다.
청년들이 모국의 문화와 습관, 분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 것처럼 가톨릭 신자는 가톨릭 영성 안에서 비신자들과는 다른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다른 사람들처럼 물질주의, 경쟁주의, 과학적 합리주의 등의 풍파 속에 하느님 중심의 삶을 보이지 못한다면 가톨릭 영성을 산다고 할 수 없다.
우리 신앙선조 역시 모진 고문과 역경 속에서도 신앙인이기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순교자성월을 지내는 오늘, 내게 필요한 많은 것들을 청하는 기도도 좋지만 삶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길 청해보는 것은 어떨까.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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