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무기를 잡으시오. 허리에 진리의 띠를 띠고 정의의 갑옷을 입고 믿음의 방패를 잡고 구원의 투구와 영의 칼인 하느님의 말씀을 받으시오” (에페소 6,13-17)
‘남북 이산가족 상봉’ 이야기가 나오니까 올해 93세이신 엄마가 생각났다. 네 자매 중 막내인 우리 엄마는 평양에서 월남할 때 다른 많은 사람들과 똑같은 생각을 했단다. 즉시 고향으로 돌아 갈 거라고. 60여 년이 넘도록 이렇게 철저히 남북이 가로막힐 줄은 꿈에도 몰랐단다. 설날이나 명절은 물론 매일 침묵의 교회, 이북을 생각하며 기도드리신다. 이번 기회에, 가족과 친척들을 만나고 싶으냐고 물었다. “보고 싶지. 그러나 다 죽었을 거야. 이젠 얼굴도 가물가물하고 봐도 모를 거야”라며 그냥 천국에 가서 부모님, 언니들 다 만나보고, 고향도 가고, 가난해서 가지 못했던 금강산도 갈 거란다. 우리 엄마는 월남할 그 당시에 멎어있는 기억 속의 가족들과 사촌형제들의 얼굴조차 이젠 떠오르지 않는단다. 어떻게 가족을 잊을 수가 있냐고 하니까 “헤어진 지 60년이 넘었잖아!” 하신다. 마음 한 곳이 아파온다.
금수강산 한반도가 찢어진 60여 년 동안 남·북할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분단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특히 4·3항쟁을 거친 제주도는 바다까지 신음하며 몸부림치고 있다. 제주도 강정의 ‘해군기지건설’ 현장에 가면 패망한 일본이 미군에게 말한, ‘한국인은 자발적 노예근성이 있다’는 치욕적인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기지 건설을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평화지킴이들의 ‘건설 중단’ 외침은 아랑곳 없이, 안보를 빌미로 삼성은 정부, 해군과 경찰의 보호아래 건설을 미친 듯이 강행하고 있다.
뜻있는 사람들이 많이 우려한다. 만일, 해군기지 건설 후 미군이 들어오면 평화통일은 물 건너가고, 분단은 거의 영구적이 될 것이란다. 용산 미군기지 60여 년 동안 평화 통일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지 않은가? 분단은 치명적인 ‘볼모’다. 안보의 이름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미국의 천문학적 액수의 구식 전쟁무기(=미래의 폐기물) 구입 외에도 그들이 요구하면 무엇이나 다 들어줄 수밖에 없다. 우리는 분단이라는 약점을 가진 약자니까! 분단의 한반도는 정부와 해군과 삼성에 의해 미국과 주변 강대국의 ‘자발적 경제식민지’로 내몰리게 될 것이고, 우리 국민은 미국을 위한 ‘자발적 노예’로 바쳐지고, 우리의 피땀인 세금은 미해군기지를 통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가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처참한 노릇인가? 이 시간에도 제주도 강정 앞바다에는 삼성물산이 건축법을 어기면서까지 생명의 바다를 파괴하고, ‘자발적 노예’가 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나의 기우이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해군기지건설’의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다. 한반도의 모든 큰 문제의 뿌리는 분단, 정치적 문제다. 분단 한반도의 앞날을 걱정하는 의식 있는 시민들과 모든 종교가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여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왜 여러분은 스스로 올바르게 판단하지 못합니까?” (루가 12,57)
“완전한 정의를 세우기보다, 명백한 불의를 막아라!” - 아마르티아 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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