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회를 만나다
순례단은 목적지를 이어가며 중국 지역교회 본당들을 방문했다. 그 중에는 길림교구 용정, 도문본당 등 조선족 사제가 사목 중인 본당도 있다.
“북한과 지리적으로 인접한데다, 우리말과 우리글에 익숙한 중국교회 조선족 사제, 신자들을 통해 통일 후 북한교회를 더욱 가깝게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순례단의 여정에 함께한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허현 신부의 이야기에 모두가 생각에 잠겼다.
현재 중국교회 내 조선족 사제는 모두 8명(길림성 6명, 흑룡강성 2명 등). 이들은 조선족 신자들이 많은 지역교회 내 언어적, 문화적 유대감을 통해 신앙생활을 독려하고, 교육을 통한 사목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 지역교회에 고령화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또 사제성소 감소도 중국교회의 위기이다.
일정의 마지막 날 순례단은 북경신학교를 방문하여 챠오웨이 신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중국 내 신학교 10곳 중 8곳만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재정 문제뿐만 아니라 성소자 감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지요.”
허 신부가 챠오 신부의 이야기를 거들어 설명에 나섰다.
“북경 인구가 2300만 정도인데 반해, 이곳 북경교구 소속 신학생이 20명(총 47명)뿐이라면 중국교회 성소 현황을 미뤄 짐작할 수 있겠지요.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현실은 힘에 부치기 마련입니다. 우리 이웃인 중국교회를 위해 많은 관심과 기도가 필요합니다.”
성소자 감소를 비롯해 중국 정부의 규제와 통제 등 갖가지 어려움에도 중국교회 단위 신자들의 신앙의 열정만큼은 한국교회 못지않다. 순례단은 지난달 29일 북경 내 6개 성당 중 한 곳이자 한국교회 최초의 신자인 이승훈 베드로가 세례를 받은 곳인 북당(北堂)을 찾았다.
▲ 북경신학교를 찾은 순례단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중국교회를 위해 기도했다.
“소팔가자(小八家子)를 방문했을 때에도 중국교회의 신앙의 깊이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곳 신자들은 미사 전 12시간의 공복재를 지킵니다. 성체를 모실 기회가 많지 않기에 이들에게 성체성사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과연 이 모습을 보고 우리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북한에는 이처럼 신앙을 지켜나가는 이들이 없을까요?”
이동하는 차 안, 허 신부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질문을 던졌다. 과연 북한교회의 신앙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을까? 여러 종교의 시설과 단체들이 분명히 설립돼 있기는 하지만 온전한 의미의 신앙생활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이다. 특히 가톨릭의 성직자는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에 미사 참례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남북한 민족화해ㆍ일치와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은 북한교회의 재건이다. 분단 이전 북한교회는 남한보다 활발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금 북한의 가톨릭 신앙은 뿌리가 과연 남아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폐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례단은 해방 전 세례를 받은 조부모나 부모를 통해 신앙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북한 땅 어디에서인가 반드시 존재할 것으로 기대하고 희망한다. 복음의 씨앗은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곳에서조차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북한 국경 순례단이 길림교구 용정성당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