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부터 이 성성의 장관직을 맡고 있는 페르난도 필로니(Fernando Filoni) 추기경은 임명 이후 처음으로 한국교회를 방문했다. 필로니 추기경은 이번 방한을 통해 아시아 복음화, 특히 중국 선교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또 그는 한국교회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선교 역량이 보편교회 안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전하고,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를 최우선적인 소명으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울러 필로니 추기경은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역량과 신학생 양성에 특별한 관심을 표현하며 “2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한국교회는 세계적으로 ‘젊은 교회’로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으로 한국교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국교회의 시작이 평신도 학자들의 비상한 주도와 결단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로니 추기경은 입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부터 선교사 없이 신앙을 받아들이고 이웃들에게 복음을 선포한 한국교회의 모범에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추기경은 방한 일정 중 한국에 복음말씀을 전한 정약종, 이승훈, 이벽, 권일신, 권철신 등 5명의 ‘하느님의 종’ 묘소와 절두산순교성지, 명동성당 등을 순례하고 신앙선조 및 순교성인들에게 공경을 표했다. 또 스스로도 인류복음화성 장관으로서 한국교회 첫 평신도들의 덕을 보고 있다며 “이들은 하느님의 선물로 복음을 받아들여 수락했고, 이를 다시 한국인들에게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선교 역량이 보편교회 안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전하며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를 최우선적 소명으로 인식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교회로부터 받은 믿음이 여러분들의 생활 안에서 올바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내 안에서만 작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이 10% 가량의 복음화율을 이룬 것은 대단한 성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반면 이러한 결과는 여전히 복음을 기다리고 있는 90%의 이웃들이 있다는 것과도 같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중국 복음화는 인류복음화성과 한국교회의 공통적인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청은 중국교회를 매우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중국교회는 우리의 친구이고 중국에 대한 입장 또한 개방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중국 정부 관할 아래서 활동 중인 애국회와 교황을 지지하는 지하교회 사이에서 교류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필로니 추기경은 “비록 두 줄기로 갈라져 있지만, 이 줄기들은 신앙이 아닌 정치적인 이유로 나눠졌다”며 “지상과 지하 두 줄기로 흐르는 이 물길은 하느님 안에서 하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교회의 성장과 중국 복음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지원을 펼치고 있는 한국교회에 감사드립니다. 선교 역량 면에서나 지리적, 문화적 조건에서 중국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교회가 앞으로도 인류복음화성과 보다 원활히 협력하길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 시대에 복음이 왜 필요한가?”
이번에는 필로니 추기경이 한국교회에 질문을 던졌다.
현재 한국교회에 주어진 과제에 대해 의견을 묻는 질문에 필로니 추기경은 “한국의 평신도들이 왜 그리스도교 신앙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였는지 이유를 이해한다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들은 인간으로부터가 아니라 하느님께로부터만 올 수 있는 가르침 즉 천주교를 공부하면서 사회와 문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발견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한국에서 우리는 어떤 교회가 되도록 부름 받고 있으며, 또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합니까?”
다시 필로니 추기경이 반문했다.
“교황 프란치스코께서는 우리는 길에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교회를 필요로 하고,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교회를 필요로 하고, 목적 없이 방황하는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교회를 필요로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한국교회는 교회 생활 안에서는 물론 사회 안에 깊은 영성의 의미를 심어주는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깊은 영성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비그리스도인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인간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으로 성실한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가 그 자체로서 거룩한 의미를 지닌다 하더라도, 이 세상 안에서 온갖 장애물들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거대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물질만능주의를 갈수록 키워가고, 이에 편승해 신앙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는 상실되고 있다.
필로니 추기경은 이러한 실정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그리스도를 다시금 우리 삶의 중심에 두고, 교회가 우리 사회 안에서 화해와 희망의 표징이 되도록 하고, 은총의 때를 선포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신앙인이 내적 쇄신을 이루려는 여정과 복음 말씀을 선포하는 여정에는 언제든 유혹과 장애가 따르기 마련”이라고 지적한 필로니 추기경은 “무엇보다 ‘편안하게’ 신앙생활을 하려는 유혹은 선교적이고 사목적인 투신과 비전을 축소시키거나 잃어버리도록 만든다”고 밝혔다.
나아가 한국교회는 교회 안에 형제애와 친교의 덕이 아닌 유교적 사고방식에 따라 나누는 구별과 서열, 순종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현재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한국교회가 누리고 있는 명망도, 높은 복음화율 수치도 아닌, 모든 민족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한 용기입니다. 세속화와 물질주의를 거슬러, 한국 신앙선조들의 모범을 따라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기 위한 용기입니다.”
▲ 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오른쪽부터)과 필로니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환담을 나누고 있다.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이탈리아 출신의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1970년 사제품을 받았고, 2001년 주교로 임명됐다. 스리랑카와 이란, 브라질 등지에서 교황청 외교사절로 활동했으며, 이라크와 요르단, 필리핀 주재 교황대사를 역임한 바 있다. 2011년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의 소임을 받았으며, 이듬해엔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추기경으로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