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담학교에는 방학과 출석부, 징계가 없습니다. 방학이 없는 건 선생님들에겐 조금 힘들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오는 걸 좋아해서 한여름에도, 한겨울에도 도담학교는 문을 엽니다. 아이들은 늘 ‘갑’입니다. 학교는 이렇게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주고 학생들이 편하고 즐거워하는 곳이 되어주려고 합니다.
출석부도 없습니다.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는 매일매일 학교 일지를 통해 기록하고 있지만, 그걸로 평가하는 출석부는 없습니다. 오기 힘든 날엔 오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도 오고 싶은 아이들은 꼬박꼬박 잘 옵니다. 그러면서 안 오는 사람이 손해지 뭐~ 합니다.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 도담학교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징계가 없습니다. 한 달 동안 학교에 오지 않아도 기다려줍니다. 스스로 나가기 전까지 퇴학은 없습니다. 한 달 동안 오지 않았던 학생이 있었습니다. 매일 문자를 하고 기다려주었던 이 학생은 징계 없이 돌아와 검정고시에 합격을 했습니다.
성적표는 나름 있습니다. 수, 우, 미, 양, 가 등 뭐 이런 성적표가 아니라 아이들이 잘하는 것 혹은 습관 중 바꾸었으면 하는 것에 대한 재미난 선생님들의 생각을 적어 편지를 줍니다. 예를 들면 얼굴에 아이라인을 매우 빠르게 잘 그리므로 미술 수, 노래방을 자주 다니는 걸로 보아 음악 수, 운동은 안하고 매일 굴러다니므로 체육 양. 이런 식입니다. 학생들은 이 성적표를 매우 좋아합니다. 서로 바꿔 보며 즐거워합니다.
시간표는 있지만 매달 바뀝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수업을 하고 좋아하지 않는 과목은 일단 뺍니다. 꼭 필요하다면 한 달 쉬고 학생들과 회의 후에 다시 넣어서 해봅니다. 이렇게 함께하다 보니 학생들은 학교가 재미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저는 학교는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꼭 프로그램이 좋아서, 아니면 수업이 재밌어서 일수도 있지만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진짜 재미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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