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의 행보와 말씀이 재미나다. 뜻있는 평신도 젊은이들이 술 한 잔 하면서 자조적으로 했음직한, 열정적이고 실천적이며 비판적인 말씀들을 교황이 하고 있는 사실 자체가 흥미롭다. 최근에도 교황은 현재 교회 모습에 대한 비판과, 회칙에만 있을 법한, ‘가톨릭교회의 가장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일컬어지는 사회교리적 가르침을 거침없이 설파했다.
한 이탈리아 언론인과의 인터뷰는 그러한 가르침을 망라한다. 교황청이 전 세계 교회의 심장이되, ‘바티칸 중심주의적’인 구조는 극복돼야 하고, 사회적 관심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비신자와의 대화를 포함해 현대 문화에 대해 더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한다.
바티칸 안의 이해관계를 세속적인 것으로 진단하고, 이를 깨기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고 결의한다. 세속적 권력에 대한 집착이 교황청은 물론 전 세계 교회 안에 여전히 남아있다는 말씀에 이르면, “교황 맞나?” 의아할 정도이다. 터부시되던 교회의 비판적 시각이 이제 공식 입장이 된 느낌이다.
‘성직주의’에 대한 비판은 더하다. 대담 상대, 스칼파리는 무신론자. 하지만 성직주의에 대한 시각은 비슷하다. 교황이 당신은 신자가 아니긴 하지만, 반성직주의자가 아니라 치하할만하다고 하자, 답하기를 “성직주의자를 만나면 반성직주의자가 될 겁니다” 교황은 웃으면서 답했다. “나도 마찬가지요. 성직주의자를 만나면, 갑자기 반성직주의자가 될거요. 사실 성직주의는 그리스도교와 상관이 없습니다.”
평신도들에게, 성직주의에 대한 교황의 비판은 어쩌면 위안이 될 수도 있다. 누구든 크고 작게 성직자나 수도자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한국교회 평신도들이 성직주의를 비판할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욕 먹을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성직주의에 대한 비판이 근거가 없다거나, 극복을 위한 노력이 교회의 쇄신과 발전에 중대한 요소가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한 기자가 취재 중에 사제가 던진 하드커버 책에 맞는 불미한 사건이 있었다. 경위가 어떻든, 기자는 돌발적인 폭력에 항의를 하고 취재 현장을 빠져나왔다. 그때 한 평신도가 기자에게 던지듯 한 말 “신자가 신부님한테 대들면 안돼! 사과하고 가!” 무조건적 순종의 발로이다.
일제치하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도교회의 보수적, 체제순응적인 모습은 비판의 대상이었다. 교회 장상이나 성직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사회 참여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교회의 모습은 정반대이다. 주교회의의 사회참여적 발언이 오히려 신자들로부터 비난받는다. 요인은 다양할 것이나 분명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교황 프란치스코가 ‘바티칸 중심주의’의 탈피와 함께 강조한 ‘사회의식’이 한국교회 신자들에게서는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 강정, 밀양 송전탑, 4대강 등 수년간 한국교회가 발언한 사회적 이슈들은 수다하다. 하지만 신문에 이런 기사들이 소극적으로나마 보도되면, 신자들한테서 항의가 들어온다. 왜 종교 신문에서 정치적 문제를 다루느냐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회 문제에 대해 교회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들이 “인간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속한 듯하다. 일각에서는 3차 공의회를 논하지만, 2차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핵심은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 공동체에 대한 이상이다. 이는 수직적 계층 구조가 아니라, 사랑과 상호존중에 기반한 수평적 관계에 기반한다. 성직주의의 극복이 결국은 성직 계층으로부터 시작되고 마무리될 것이겠지만, 이를 함께 앞당길 상당한 책임은 평신도 스스로에게 있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교회의 평신도들에게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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