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보다 이해를!”
현대 언어학의 태두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지성으로 손꼽히는 MIT 공대 노엄 촘스키(Noam Chomsky·79) 교수가 ‘테러에 대한 강력한 응징’을 부르짖던 미국 앞에 내놓은 목소리였다.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인 사회교리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대학시절, 기자는 정통 유다인 집안 출신인 촘스키 교수의 말과 실천을 통해 사회적 가르침의 중요성에 어슴푸레하게나마 눈을 떠 나갔던 기억이 선명하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을 창시, 현대 언어학에 혁명을 일으켜 언어학 분야에선 ‘셰익스피어나 프로이트만큼 자주 인용된다’는 석학인 촘스키 교수가 일반에 알려진 건 1966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지식인의 책무’를 통해서였다. 촘스키 교수의 현실비판과 사회참여의 기준을 담고 있는 이 글에서 그는 “지식인은 권력의 거짓을 세상에 알려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고 역설했다.
76만5000볼트의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둘러싸고 밀양이 시끄럽다. 아니, 아우성이다. 이러한 때 촘스키가 떠오른 건 그의 식견과 양심이 부러워서다. 유다인이면서도 반(反)이스라엘운동에 앞장서 이스라엘 입국이 거부당하기도 했던 그는 늘 거짓과의 싸움이 먼저 알고 깨달은 이들이 져야 할 십자가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이 잣대에 따라 미국의 패권적 대외정책과 거대 기업에 종속된 언론과 지식인, 그리고 이들이 유착해 ‘조작된 동의’를 통해서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구조를 폭로하고 비판한다. 가톨릭 사회교리를 알지 못하는 촘스키 교수가 더 가톨릭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오직 하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천명된 ‘세상 안에 있는 교회, 세상에 봉사하는 교회’를 몸소 치열하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촘스키 교수뿐 아니라 2000년 전 예수님께서 그토록 증오하셨던 분열과 배제의 거짓 목소리가 밀양을 휩쓸고 있다. “교회를 위해서”라는 레테르를 달고 ‘종북’‘빨갱이’라는 말까지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거짓을 솎아낼 수 있는 기준인 사회교리를 더 가까이 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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