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배우고 있습니다. 도담학교에는 학교를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일명 ‘키다리 아저씨’가 많습니다. 후원자님들이 바로 그 분들입니다. 통장으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들, 쌀이나 휴지 같은 걸 보내주시는 분들, 요즘은 오후 4시 정도가 되면 반찬 선물이 대문 앞에 놓여있습니다. 반찬가게를 하신다고 밝히신 한 후원자님은 저희 학교 사정을 아시고는 매일 매일 직접 만드신 맛있는 반찬을 가져다주십니다. 그래서 요즘은 반찬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학생들도, 저도 더 맛있는 밥을 먹게 된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이렇게 돌아보면 우리들에겐 여전히 감사한 일이 많다는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매일 저를 깨물고 업히는 키가 멀대 같이 큰 중학교 녀석이 요즘은 좀 덜 한 것도 감사하고, 아무리 말썽을 피워도 이 녀석들이 밉지 않은 저의 마음에 감사합니다. 학교 밥상은 전교생 10명이 지각과 결석 없이 모두 다 등교하면 앉을 수 없는 크기의 밥상인데, 돌아가면서 지각과 결석을 하고 있는 바람에 매일 상 하나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감사하고, 집에서 학교가 멀지만 이동하는 동안 부족한 잠을 자거나 원고 아이디어를 쓰거나 SNS를 하며 갈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감사한 일입니다. 감을 잃지 않게 해주는 살아있는 청소년들의 언어를 익히는 것도, 마냥 믿고 따라와 주는 학생들, 함께 해주시는 동료 선생님들, 신부님, 초라한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시며 감사해 주시는 학부모님들, 모두 감사한 일입니다. 격려와 칭찬을 해주시는 분들께도 늘 감사합니다. 그런 응원이 없다면 이 일을 하기 참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제가 이 학교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사입니다. 학교를 통해 도움을 많이 받다보니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고, 나눠야 한다는 마음을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그저 사진 찍고, 여행이나 다니고 먹고 놀기 좋아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좋아하며 살았을 제가 도담학교에서 교장을 하면서 제대로 ‘사람’ 노릇 하게 된 것 같아 감사합니다.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직은 감사할 일이 많은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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