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일치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Kurt Koch·63)은 이번 방한 일정 중 가진 가톨릭신문과의 특별인터뷰와 언론사 공동 기자회견 등을 통해 그리스도인 일치의 의미와 중요성을 환기하고, 전 인류의 공통 과제인 사회정의와 평화 등의 공동선 실현에 그리스도인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요청했다. 같은 믿음은 현시대 최대 과제인 생명과 인권 수호에 가장 든든한 디딤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리스도인들이 실천해야할 가장 중요한 몫은 ‘평화’를 위한 기도와 증거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일치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이 세상 사람들로부터 어떤 신뢰도 얻을 수 없습니다.”
WCC 총회 참석차 방한한 쿠르트 코흐 추기경은 특히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해 “정치적 갈등이 해결돼야 하는 일이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코흐 추기경은 또한 “한국 가톨릭교회도 그리스도인이 한 뜻을 이루는데 힘을 싣기 위해, 기도 그리고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대화는 믿음 안에서 사회의 여러 도전들에 맞서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대화가 이뤄진다면 그 안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코흐 추기경은 “그리스도교와의 대화의 주요 목적은 바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이지만 “이러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가 지속되면 이 노력은 분명히 사회 전체의 화해와 일치, 나아가 한국사회에서는 남북 간 화해를 이루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스도인들의 화해와 일치의 노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교회의 분리는 크게 5세기 동·서로 갈라진 것과 16세기 종교개혁으로 또 다시 신·구 교회가 분열된 것을 일컫는다. 그리고 수세기가 흐르는 동안에도 이들 사이에서의 화해는 이뤄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이어진 분열의 역사 안에서 갈라진 이들을 더 이상 ‘이교자’ ‘이단아’로 부르지 않고 형제로 받아들이며 화해와 일치의 물꼬를 틔운 것은 바로 제2차 바티칸공의회였다.
코흐 추기경은 “그리스도인들의 일치는 하느님의 말씀이고 의지이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일치교령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하느님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어 온 인류를 구원하시고 새로 나게 하시어 하나로 모으시도록 하신 데에서 드러난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가톨릭교회는 일치평의회와 WCC 차원에서만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와 소그룹들, 국가적 혹은 국제적 기구들의 활동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나아가 가톨릭교회는 유다인들에게도 대화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 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의장 쿠르트 코흐 추기경은 특히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해 “정치적 갈등이 해결돼야 하는 일이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무엇보다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공동 신앙을 지니고 있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일치는 녹록치 않은 과제였다.
코흐 추기경은 “우선 일치운동의 가장 어려운 점은 공동의 목표를 도출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가톨릭과 정교회는 신학적 측면에서 85% 이상의 일치를 이뤘지만, 개신교와의 관계에서는 일치될 수 없는 교회론이 있고, 그저 여러 교회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이 일치의 목표인양 비춰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코흐 추기경은 “그리스도인들이 한 믿음 안에서 한 형제로 온전히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성체’를 영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개신교와 일치하지 못하는 한계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개신교계에서 새로운 교회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문제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가톨릭교회는 새로 생겨나는 교회 또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초대하지만, 각 교회들 간의 교리적 차이나 긴장은 여전히 팽팽하다.
이에 관해 코흐 추기경은 “그리스도인들이 공동의 목표를 찾기 위한 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명한 것은 세례를 공동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한 형제이며, 이는 일치의 분명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코흐 추기경의 설명이다.
다양성을 딛고 일어서, 더욱 큰 일치를 이뤄가야 하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이다. 특히 코흐 추기경은 “현대 사회 안에서 초월적 존재이신 하느님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세대들에게, 같은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들이 하느님을 세상에 증거하는데 우선 힘써야할 것”이라고 당부한다.
“일치를 이루는 방법은 교파나 교단마다 각기 다르게 제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치의 근간에는 ‘복음’으로 돌아가, 그 복음을 실천하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적 가치를 그 시대와 그 지역에 맞게 실현할 때, 그리스도인 스스로도 영적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