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31일 대전교구 보령 서짓골성지 봉헌식이 있었다. 기자는 서짓골성지와는 각별한 인연이 있었기에 성지가 공식적으로 세상에 드러난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 서짓골은 조선교구 제5대 교구장으로 한국 신자들을 위해 가장 많은 저작물을 남겼다고 평가되는 다블뤼 주교를 포함 4명의 성인이 갈매못에서 순교한 후 16년간 묻혀 있던 곳이다.
기자는 올 6월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회 성지순례를 동행취재 하며 처음으로 서짓골성지를 알게 됐다. 그 때만 해도 서짓골은 도로변 맨땅일 뿐 성지임을 알려주는 어떤 표지나 시설도 없었다. 9월 순교자성월을 맞아 ‘갈매못·서짓골, 이곳에 순교 성인들이 있었네!’를 연재하면서 서짓골성지를 담당하는 윤종관 신부의 도움으로 갈매못성지 순교자들의 시신 이동경로를 답사할 때 두 번째로 서짓골에 갔다. 그 때도 서짓골은 맨땅이나 다름없었다.
폭우가 내리고 우산이 뒤집힐 정도로 강풍이 부는 악천후에도 아랑곳없이 직접 차를 운전해 답사 안내를 하던 윤 신부는 내년이면 사제수품 40주년이 되는 중견 사제임에도 집념과 열정이 대단했다.
9월 한 달 동안 4회에 걸쳐 연재를 싣는 과정에서 서짓골과 관련된 미공개 자료들을 ‘눈이 빠져라’ 읽으며 서짓골이 한국교회사, 특히 순교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곳임에도 ‘망각의 땅’으로 외면 받아 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기에 이번 서짓골성지 축성봉헌식이 늦은 만큼 더욱 크게 다가온 것이다.
3일 서짓골성지에서 윤 신부를 다시 만났다. 서짓골에 관심을 보이는 신자들은 대개 ‘순교자가 묻혔던 정확한 위치’를 알고 싶어한다. 그러나 윤 신부는 눈으로 확인되는 것에 집착하는 순교신심은 ‘미신’으로 흐르기 쉽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또한 목숨걸고 순교자들을 서짓골에 안장하고 자신들도 뒤따라 치명한 신자들도 서짓골성지의 또 다른 주인공임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기자에게는 순교자에 대한 올바른 공경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배우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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