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가을을 넘어 겨울의 문턱을 넘고 있다. 우리들은 벌써부터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다닌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가난하고 굶주린 이웃들의 겨울나기에 대한 염려가 앞선다.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남쪽의 겨울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분들이 많다. 특히 함경도 지방에서 오신 분들은 겨울이면 보통 영하 20~30도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한국의 겨울은 따뜻한 남쪽나라의 일상 정도로 여긴다.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고 있는 탈북자의 상당수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혹독한 겨울나기의 경험을 갖고 있다. 바로 북한 구금시설의 경험 때문이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북한에서 가장 혹독한 겨울을 보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단연코 자유를 박탈당한 채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구금시설 수감자들일 것이다.
한국의 구금시설은 경찰서 유치장과 구치소 그리고 형을 집행하는 교도소로 나누어진다. 그런데 북한은 7종류의 구금시설이 있다. 우리의 경찰서 유치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인민보안서 구류장이 전국 시군구역에 모두 있다. 한국의 국정원과 달리 북한의 국가보위부도 전국의 시군구역에서 자체 구류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집결소, 교양소, 노동단련대가 전국 각 지역에서 운영된다. 우리의 교도소에 해당되는 교화소가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북한은 인민보안서와 국가보위부 구류장, 집결소, 교양소, 노동단련대, 교화소로도 부족해서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정치범수용소까지 운영하고 있다. 정치범수용소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갖는 덕분에 5곳에 13만 여 명이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으나, 그 외의 구금시설은 숫자가 얼마나 되고, 수감자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알려져 있지 않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수년 간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최근 북한 구금시설의 규모를 제시하였는데, 대략 700곳 이상에 수십만 명의 수감자가 있는 것으로 밝혔다.
2400만 명이 생활하는 작은 영토를 가진 북한에 700개 이상의 구금시설이 운영되고 있다니 가히 ‘구금시설 공화국’으로 불릴만하다. 더구나 수감자 규모는 전문 조사기관에서도 추정조차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북한의 일반 거주 지역에서도 식량과 의약품이 부족해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먹을거리를 구하거나 의약품을 구해서 생명을 유지한다. 하지만 구금시설에는 장마당도 없으며, 바깥세상에서도 구하기 힘든 의약품이 그곳에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 것이다. 북한 구금시설에 난방이 될까? 작업환경은 적정한 안전이 보장될까? 의복과 식사량은 적정하게 제공될까? 여름에 들어온 수감자는 입고 들어온 여름 옷 한 벌로 난방 없는 시멘트 바닥에서 겨울을 나야 한다. 한국처럼 면회가 제도적으로 가능할까?
모두가 어리석은 질문일 뿐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은 병원과 고아원, 양로원뿐만이 아니라 구금시설이 우선되어야 한다. 왜 북한의 구금시설을 현대화해주고 의약품과 식량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면 안 되는 것일까? 한국교회와 정부가 북한의 구금시설을 ‘국제피구금자처우준칙’에 적합하도록 시설을 보수하고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하도록 촉구하고 싶다. 함경도 구금시설의 겨울나기가 특히나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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