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합창단이 미사를 봉헌하는 개포동의 성라파엘 사랑결성당은 지하 어두침침한 곳에 있다.
모두가 새 성전의 염원을 담아 기도하고 모금하는 동안에도 혼자 속으로 ‘어두침침하거나 밝거나 이들에겐 마찬가지 아닌가.’ 뭐 이런 인정머리 없는 생각을 가끔 한다. 처음 오는 봉사자들은 이들이 안쓰러워 이리저리 끌어주고 잡아주고 하지만, 나는 잘 도와주지 않는다. 여기 시각장애인들은 이곳을 능숙하게 누비며 정말 잘 다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연습 때문에 지하 복도를 지나가다 갑자기 전등이 꺼진 적이 있었다. 갑작스런 어둠에 당황한 나는 눈앞이 캄캄해져 한 발자국도 옮길 수 없었다. 마침 내 옆을 지나는 발소리에 얼른 팔을 잡아채고서 내 손 좀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시각장애인의 팔을 붙들고 그의 인도에 의지해 걸었던 것은 정말 기막힌 경험이었다.
지금은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되어 “불만 끄면 요셉 지휘자가 우리보다 훨씬 못 봐” 하면서 심심하면 그 때 일을 끄집어내어 낄낄대며 나를 웃음거리 삼는다.
우리 단원 중에는 지금의 내 나이 쯤 되어 시력 잃은 사람이 있다. 어린 아이들이 한참 예쁜 짓을 할 때, 그리고 가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을 때 시력을 잃었으니 얼마나 상심이 컸겠는가. 나도 가끔은 갑자기 내 시력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다. 어둠속에서 절망에 빠져 한걸음도 옮기지 못할 것 같다.
밝은 대명천지에는 내가 이들의 시각장애인의 손을 잡아 줄 수 있을지 몰라도, 완전한 어둠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빛이 되어 내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사실은 내가 이들과 함께 할 때마다 큰 위로와 용기가 된다. 건강하고 잘난 사람만 불을 밝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깊은 어둠속에 갇혀, 스스로 쓸모없게 여겨지는 때라도 우리는 여전히 빛의 자녀다.
인곤 요셉아 어둠속에서 그리 있지 말고 주님께서 너에게 주신 그 불 좀 켜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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