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회의 정치 참여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논란은 정치권과, 서로 다른 정치적 신념을 표출하는 언론사들에 의해 더욱 과장되고 증폭됨으로써 바람직하지 않은 수준까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추이가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음을 상기하면서, 교회 안의 서로 다른 의견의 표현들이 논의의 본질과 어긋나게, 교회를 자기 입장의 근거로 삼거나 상대방을 공격하려는 빌미로 이용하려는 정치권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교리와 도덕에 관한 권위있는 가르침 외에, 교회는 모든 것에 있어서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의견을 강요하거나 도모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특정한 정치적 신념이나 어떤 한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나 거부 역시 교회는 강요하지도 않고 저지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교회 안의 다양한 의견의 표출에 대해서 그것을 마치 교회의 분열이나 갈등인 것처럼 몰고 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물론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 사제가 지닌 공인으로서의 특성, 사목자로서 피해야 할 편향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정치 참여의 범주와 한계, 공정 선거나 사회 정의 실현과 관련된 민주주의적 원칙에 대한 논란 등 종교와 정치 참여와 관련된 논의는 더 많은 광범위한 고려사항과 검토가 요청되는 것도 사실이며, 결과적으로 다양한 결론과 의견이 교회 안에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정치권과 일부 언론들이 교회 구성원들의 의견 표시를 빌미로 한국 가톨릭교회 전체를 매도하거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확대 함으로써 악용하려는 악의적인 시도는 삼가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황이나 한국교회 고위 성직자들의 발언과 메시지들, 심지어 성경과 교리서를 포함한 교회 문서들을 임의대로 해석하거나, 편협하게 발췌해 자기 주장을 지탱하는 논거로 삼는 횡포를 삼가야 한다.
하느님 백성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의와 사랑을 따르는 가톨릭교회의 구성원들이 신중하고 겸허한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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