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기다림’이란 조금은 어색하다. 약속시각이 되면 바로 전화하고, 길이 막히면 전자기기로 실시간 교통상황을 살핀다. 우편보다는 전자우편을, 조리보다는 즉석 음식을 택하면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기다림’들이 사라지다 보니 어느새 기다림을 불안해하거나 손해로 여기는 세상이 돼버린 듯하다. 서비스가 조금이라도 늦으면 항의하고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시간도 답답해 걸음을 재촉하는 모습은 너무 흔한 광경이 됐다. 성당에서도 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못해 파견성가가 끝나기도 전에, 강복을 받기도 전에 문을 나서는 신자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하느님이 하시는 일에는 ‘즉시’보다는 ‘기다림’이 더 많이 보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도, 밤이 지나고 낮이 오는 것도, 과일이나 곡식이 익는 것도, 그리고 생명의 잉태에도 반드시 필요한 만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죄를 즉시 심판하지 않고 회개하기를 기다리신다.
청소년사목에도 ‘기다림’이 필요하다. 교회가 청소년에 관심을 갖고 노력한지도 10년이 넘었고 최근 주일학교 근속교사의 수가 다소 증가하는 모습에서 10년 전 노력의 결실을 이제야 겨우 조금씩 보는 듯하다. 예수님을 기다리는 대림시기. 성경은 ‘깨어 기다리라’고 가르친다. 우리 모두가 청소년에게 ‘깨어’있어야 한다. 청소년사목 대안을 제시하는 많은 연구도 청소년 신앙생활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리교사나 사목자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구성원이 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교회 차원의 청소년사목지침서를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청소년사목을 위해 모두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지침서를 마련하고 적용하고 청소년이 변화하기까지 또 기다려야겠지만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소중한 신앙을 물려주는 이 기다림은 희망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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