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차 유엔총회 3위원회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갖고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강제 구금된 주민들의 즉각 석방을 요구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을 지난 11월 19일(현지시간) 컨센서스(Consensus, 합의) 방식으로 채택했다. 그 동안 유엔은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운영과 인권상황에 대해서 우려를 밝혀왔지만,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즉각적인 폐지와 정치범들에 대한 석방을 즉시 무조건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이 북한인권결의안을 컨센서스 방식으로 채택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표결 절차 없이 채택된 것은 북한의 인권상황이 심각하다는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금년 북한인권결의안은 우리나라와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50여 나라가 공동 제안했고, 이날 채택된 결의안은 내달 유엔 총회에 공식 상정될 예정이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과 관련해서 두 가지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첫째는 유엔에서 표결 절차 없이 합의로 통과되었다는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2005년 이후 매년 채택되고 있으나, 2011년까지는 표결을 거쳤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서 금년에도 표결과정은 생략되었다. 한국 국회에는 ‘북한인권법’이 통과되지 못한 채 10여 년간 계류되어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한국교회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 이념갈등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중심, 유엔은 이미 북한인권문제를 표결도 없이 합의 처리하고 있다. 북한도 유엔 회원국가임을 기억하고 있는지 많은 분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는 북한인권문제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걷어치워야 한다.
둘째는 유엔이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즉각적인 폐쇄와 수감자의 무조건적인 즉시 석방을 북한에게 요구했다는 것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에는 현재까지 13만 여 명이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최근 18호 북창수용소와 22호 회령수용소가 해제되고, 기존 구금자들 중 일부는 타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당국의 18호와 22호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해제와 이동 결정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요구에 반응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이동 결정에 두려움이 앞선다.
왜냐하면, 북한 정치범수용소 경비병과 관리자 출신 탈북자들은 북한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국제사회에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수감자들을 각 담당 경비구역별로 몰살하는 훈련을 해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정치범수용소 완전통제구역에 있는 수감자들을 일반사회로 복귀시킬 수 있을 것인가? 14호 개천수용소에서 태어나 한국으로 탈출한 신동혁은 수용소 생활 당시 ‘김일성, 김정일, 주체사상, 북한, 한국, 평양, 서울, 증오, 사랑한다, 저항한다’는 단어를 알지 못했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일반 사회로 복귀하지 않고 평생 수용소에서 노예로 살다가 죽을 운명이기 때문에 인민학교에서 읽고 쓰기와 셈하기, 그리고 작업방법만을 배웠다. 북한 사람이면서도 김일성과 김정일을 모르는 13만 여 명을 북한이 일반 사회로 내보낼 수 있을 것인가?
대량학살은 히틀러 시절 유대인에게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13만 여 북한주민의 생명은 우리들의 관심과 구출 노력이 멈춘다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정치범수용소를 옮기고 있다는 작금의 상황에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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