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는 한국교회의 영향력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신문, TV, 인터넷 모두 전주교구와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한 소식들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심지어 공중파 방송에서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과 해방신학까지 언급하는 등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덕분에 전주교구청 전화기는 불이 났다. 정신없이 울려대는 항의 전화에 업무를 할 수가 없어, 전화도 교구 홈페이지도 내려놨다. 그러자 인접한 광주대교구를 비롯해 타 교구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전주교구 수송동 성당에는 계란이 날아들고, 교구청 앞에서는 150여 명의 시위대들이 모여 인형을 불태우며 구호를 외쳐댔다. 기자들은 하루 종일 교구청 주위를 서성거렸고, 약속되지 않은 인터뷰에 불응하자 큰 소리를 외쳐대며 항의하는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사실 본 기자는 이러한 모습을 지난해 8월에 기대했었다. 제주교구에서 벌어진 성체 훼손 사건, 그 때 신자들이 이렇게 열성적으로 항의하고, 슬퍼하고, 의견을 표출해주길 희망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항의 전화 중에는 그동안 냈던 교무금이 아깝다며 환불해달라는 전화도 있었다. 과연 그분은 누구를 위해 교무금을 냈던 것일까? 사제가 강론 시간에 정치이야기를 한다고 미사 도중에 나가버리는 신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어느 한 본당이나 교구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다. 그분들에게 묻고 싶었다. 성체를 받아 모시는 기쁨과 강론 시간에 느꼈을 불쾌감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보름 동안의 시간은 우리에게 한국교회의 영향력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우리 신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시켜준 때이기도 했다. 마침 교회는 사회교리주간을 맞았다. 사회를 복음화 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번 주간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각자에게 달려있지만, 그 결론의 핵심에 그리스도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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