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명동성당 오르가니스트인 이 요셉피나 자매를 만났다. 그는 술 한 모금도 하지 못하면서도 다짜고짜 술 한 잔 하자는 나를 선선히 만나주었다. 졸라대는 나를 못 이겨 이어진 지루했던 자리가 2차까지 가서야 알딸딸해진 나로부터 “우리 합창단 반주자로 와주시면 안되겠냐?”라고 만남의 본론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나는 많은 이들에게 우리 합창단에 와달라고 프러포즈를 했고, 밥 먹듯 퇴짜를 맞아왔던 터라, 마음이 많이 약해져 술기운에 물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마치 뭐랄까. 빈털터리 남자가 여인에게 ‘가진 거라곤 몸뚱이 하나밖에 없는데 나에게 와주면 안 되겠냐’라고 뻔뻔하게 묻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러나 뜻밖에 “함께 해보자”는 대답을 너무 쉽게 듣게 돼 의기양양해진 나는 자랑하러 다니기에 바빴다. 우선 단원들에게도 알리고, 내가 알고 있는 여러 합창단에, 특별히 나에게 퇴짜 놓았던 사람들에게도 잊지 않고 자랑을 했다.
우리 합창단에 올 맘을 왜 가졌느냐고 물으니 “정기연주회 때 보니 잘하시더라. 못했으면 안 왔을 거예요” 라고 이유를 댄다.
내가 왜 모르겠는가. 우리 합창단이 노래 실력만으로 누구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해보겠다고 결심했을 때에는 기쁜 날보다 훨씬 많을 고되고 좌절하는 날도 견딜 것을 함께 각오했을 거라는 것을.
가톨릭 음악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인 그가 온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공연 초청도 많이 들어오고, 주위 시선도 달라졌다. 앞으로는 더 많이 좋아질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은 주님께서 쓰실 인물을 골라 그의 마음을 열어 놓으시고 나를 보내셨다는 것이다. 그가 결심했던 첫 마음과 달리 슬픔에 묻힐 지경이 되더라도 주님께서 역시 붙들어 주시리라. 나를 움직이시고 지금 나를 붙들어 주시듯 그에게도 그렇게 하시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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