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흐르고 세대가 열백 번 바뀌어도 변할 수도 바뀔 수도 없는 것이 백두의 혈통이다.
우리 당과 국가, 군대와 인민은 오직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이 하늘 아래서 감히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령도를 거부하고 원수님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며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고 그가 누구이든, 그 어디에 숨어있든 모조리 쓸어 모아 력사의 준엄한 심판대우에 올려 세우고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징벌할 것이다.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는 흉악한 정치적 야심가, 음모가이며 만고역적인 장성택을 혁명의 이름으로, 인민의 이름으로 준렬히 단죄규탄하면서 공화국형법(북한법) 제60조에 따라 사형에 처하기로 판결하였다. 판결은 즉시에 집행되였다.’
12월 12일 김정은의 고모부이자 2인자였던 장성택을 즉각 사형에 처했다고 발표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 원문 내용이다. 위의 보도내용을 읽어보면, 21세기 문명화된 국가의 공식 발표문인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조선 왕조시대에나 적용될 법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이런 나라에 인권보호를 요구하거나 시민의식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지금은 그런 기대를 접어야 할지 모르겠다.
장성택 처형에 대한 조선중앙통신의 발표 하루 전 모 방송국 기자가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질문을 해왔다. 장성택이 실각했는데 어느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될지 의견을 묻는 것이었다. 장성택 정도의 인물이라면 특별시설에서 가택연금하는 방식을 택하지 일반 수감자에게 노출될 수 있는 수용소에는 보내지 않을 것이라 답해주었다. 혹시 처형할 가능성은 없겠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그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는 곳이니까 처형할 수 도 있겠지만 설마 고모인 김경희가 있는데 처형까지야 하겠느냐고 답했다.
단 하루 뒤 공개된 장성택의 처형 전 마지막 사진과 보도내용은 필자의 순진함과 부족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장성택의 최후 사진은 그가 당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체포된 후 4일 동안 고문과 구타를 당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왼쪽 눈 두덩이와 광대뼈, 이마, 그리고 수갑이 채워진 양 손목에 고문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났다. 깔끔하게 차려 입혀 가려진 신체 부위에는 어떠한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을까? 권력의 2인자이고 김일성의 사위이며, 현 집권자의 고모부도 고문을 당하고, 보위부원이 부축하지 않으면 서 있을 수도 없는 상태로 생을 마감하였다.
북한 형법에 사형제를 두고 있으니, 그 자체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으나,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는 북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지 않고 현재까지 알려진 봐도 없다. 북한의 법률도 3심제를 규정하고 있으나, 단심으로 사형을 확정하고, 당일 즉시 집행하는 것은 국제인권규약을 떠나 북한 스스로 지키겠다고 제정한 북한 법률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장성택 만이 아니라 그 일당이라 표현되는 수만 명의 생명이다. 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 그리고 우리 교회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