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편교회는 새로운 복음화의 노력으로 ‘신앙의 해’를 충실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신앙의 해’는 점점 더 하느님 없는 세상이 당연시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그 복음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신앙을 새롭게하는 쇄신의 여정이었다.
세계교회 역사상 유례없는 교황의 퇴임과 새 교황 프란치스코의 탄생은 교회에 또 다른 역사의 장을 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참된 선교적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신앙의 사회적 차원을 깊이 고려하면서, 교회 내적 쇄신과 개혁을 단호하게 이뤄나가야 함을 천명하고 실천하기 시작함으로써 새로운 활력을 교회 안팎에 불어넣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교회는 민감한 정치적 사안들에 대한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의 의견이 표명되면서 극심한 혼란과 불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 사회의 병폐들과 함께 사회정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면서도 고도로 정치적 사안들이기도 한 문제들에 대해 한국교회 전반에 걸쳐 의견 표명이 이뤄짐으로써 자칫 교회가 분열과 반목의 위기에 처할 위험성이 목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상이한 의견들의 긴장과 갈등이 반드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교회 역시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로 이뤄진 공동체이며, 따라서 어떠한 사안들에 대한 견해가 상이한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일치가 교회의 공동체성과 복음적 형제애를 바탕으로 하는 교회 구성원들의 기본적인 관계까지도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들은 서로에 대한 충분한 존중과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인내심 있는 대화와 소통의 노력을 통해서만 서로 이해되고 공동체의 친교와 일치에 저해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과연 우리가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선전선동을 일삼거나 상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제대로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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