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앙통계국(CBS)이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원을 받아서 최근 발표한「2012 북한 영양실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만성적 영양실조 비율은 27.9%이다. WHO 기준에 의하면 자강도, 양강도, 함경남도는 ‘높음’(high)의 수준이고 특히 양강도는 ‘매우 높음’(very high)의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북한의 영유아와 산모들의 영양상태와 빈혈 수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주민들의 식량난과 영양상태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1990년대 이후 20년 넘게 지속되어온 문제이기 때문에 이젠 급성 영양실조(쇠약)만이 아니라 만성 영양실조(발육부진)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북한의 식량과 영양공급 문제가 만성적 상태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주민들의 영양상태는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양강도 주민들의 만성적 영양실조 비율은 매우 높은 40%에 육박하고 있으나, 평양만은 유일하게 낮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양강도와 평양을 제외한 북한 전역의 만성 영양실조 비율은 모두 중간과 높음 수준을 보이고 있다. 양강도는 자강도와 함께 인구가 가장 작은 지역인데, 최근 탈북자 발생 비율은 25%를 넘고 있다. 양강도의 인구는 100만 명이 넘지 않기 때문에 전체의 4% 수준인데 탈북자 비율은 전체의 1/4을 차지한다는 것은 이곳의 식량 사정이 매우 심각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지역별 식량사정과 탈북자 발생 비율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평양과 양강도의 식량사정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은 북한 당국의 식량분배 정책이 평양 우선으로 집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대북인도적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북한에 식량과 의약품 등 인도적 지원을 할 경우 분배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그러나 외부 원조물품의 분배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담당자와 그 가족이 굶주리는 상황에서 일반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식량을 분배하는 나라가 세계에 얼마나 있을까? 자신의 가족이 굶주린데, 국제사회에서 원조 받은 식량을 자신들에게 우선 배정하거나 빼돌리지 않고, 전국 각지의 굶주리는 사람들에게만 성실하게 나누어주는 그런 천사 같은 일꾼들이 있을 수 있다고 기대하는가? 과연 자신의 자녀들이 아사상태에 있는데, 공직자의 청렴의무만을 생각해서 이웃들에게 식량을 배분하는 공직자를 북한에서 기대해야 하는 것인가?
대북 인도적 지원물품은 식량이건 의약품이건 군인이나 간부들이 아닌 굶주리고 헐벗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양강도와 같은 농촌지역에 우선 분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모니터링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의 지원을 받는 제3세계 국가들이나 과거의 어떤 나라에서도 공직자들이 자신의 가족들은 외면하면서 백성들의 생명을 먼저 살렸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북한 당정군 모든 공직자가 청백리가 되면 좋겠지만, 그것은 이상에 불과하다.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서 대북지원을 하든 국내 NGO와 종교단체를 통해서 실시하든 분배의 투명성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북한의 군인들과 국가보위기관, 인민보안성, 당과 행정기관 근무자의 식량과 경제적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 북한의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배의 투명성 요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대규모 식량지원이 있어야 한다. 현재 시급한 문제는 북한 내에 충분한 규모의 식량을 밀어 넣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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