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시간은 강물처럼’ 한해가 흘러가고 또 다른 새해를 맞았다.
1월을 뜻하는 영어 재뉴어리(January)는 바로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비롯됐다. 최근 한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야누스의 얼굴 의미’라는 글이 게재되면서 ‘야누스’라는 용어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는데, ‘야누스’(Janus)는 두 얼굴을 지닌 로마의 신을 말한다. 앞뒤를 동시에 향하는 얼굴 모습이 특징이다.
로마 신화에서 야누스는 문과 대문, 또 문간이나 처음과 끝의 신을 말한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에 ‘야누스의 달’을 오버랩 시킨 것은 ‘묵은 해’와 ‘새해’의 접점이 이뤄진다는 의미라 한다. 또 야누스가 ‘문’의 신이라는 면에서, 하늘의 문지기로 한해를 연다는 뜻을 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한 해를 여는 1월은 여하튼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새로움에 대한 희망이고 묵은 것을 털어 버리는 새 출발의 의미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1월의 이야기들을 생각하다 보니, 언젠가 들었던 한 사목자의 말이 자연스레 기억돼 진다.
대도시 본당 주임을 맡고 있는 그는 새해 1월을 맞으면 마태복음 10장 16절 말씀이 한 해 머리글처럼 떠오른다고 했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는 내용이다.
그 사제의 얘기인즉슨, 1월은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기쁨도 있지만 또 한해 동안 거칠고 험하고 헤쳐 나가야할 여러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면에서 열두 사도를 파견 하실 때의 예수님 말씀을 헤아리게 된다는 것이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여러 부분이 많은 공감을 불러왔다. 마치 금세라도 달려들 것처럼 공격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는 이리 떼 모습처럼 세속주의, 상대주의, 물질주의가 극심한 세상 속, 그리스도의 향기로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고 살아내야 할 신앙인 입장에서 매 순간 그 같은 반생명적 문화를 거슬러 살아가는 지혜와 순박함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미 한국교회가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이전보다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곳곳에서 분쟁과 분열이 줄어들지 않고 있고, 소통을 외치지만 대화 타협보다는 대립과 이기적인 자기 주장만이 일관되는 모습이다. 또 자살율과 이혼율의 증가, 가정의 위기, 청소년 청년 문제 등은 어떠한가. 주변을 둘러볼 때 그렇게 함께 풀고 뚫어 가야할 어려움들이 산재해 있는 현실이다.
이런 상태 속에서 ‘뱀처럼 슬기롭게,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라고, 2000년 전 제자들에게 주셨던 예수님 말씀은 작금의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유효하게 적용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올해 ‘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현 세상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키워드를 ‘형제애’로 꼽았다. ‘형제애가 평화의 바탕이며 평화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를 통해, 형제애가 사회적 평화를 낳는다고 강조했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형제애는 ‘이웃은 같은 하느님 자녀이므로 주님 안에 한 형제자매라는 인식에서 우러나는 사랑으로서 애덕을 실천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이기주의, 세속주의, 소비주의의 물결에 많은 사람들이 피폐해 가고 소외되고 있다. 이들을 형제애의 시선으로 둘러본다면 세상의 평화는 한발 가까워지지 않을까.
로마 신화를 빌릴 때, ‘문의 신’ 야누스가 한 해의 문을 열었다는 1월 그리고 첫날이다. 새해 새달을 맞아 거친 세상 속에 또 새롭게 파견되는 우리들에게 ‘형제애’를 발견하고 사랑하고 경험하고 선포 증언하라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당부는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가는 데 있어 의미 깊은 열쇠 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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