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합창단은 내가 지휘자로 오기 전, 시각장애인 수준에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에 십 수 년 동안이나 편하게 노래를 불러왔었다. 그럼에도 받게 된 호의적인 평가는 더 잘하려 애쓰는 마음을 무디게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단원들은 내가 가져오는 어려운 레퍼토리에 불만이 많다. 투덜거림과 밀어 붙임의 평형은 아직도 연습 때마다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나와 만난 지 불과 9개월 만에 서게 된 첫 무대에서부터 예전에는 부르리라고 상상도 못 했던 곡을 부르게 됐고, 첫 정기연주회에서는 어려운 현대합창을 다섯 곡이나 외워 불러야 했다.
나는 우리 단원들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쉽고 흔해빠진 노래만 부르며 동정 어린 박수를 받는 것이 많이 불편하다. 동정을 빼고서도 진정한 감동에서 나오는 박수를 받는 합창단이 되고 싶다. 그래서 오히려 정안인 합창단도 꺼리는 어려운 곡들을 이용해 장애인 합창단이라는 늪에서 빠져나오려고 애쓰는 중이다.
우리는 어려운 곡들을 배우며 안 그래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던 부족함을 좀 더 잘 알게 되었고 주변의 칭찬에도 조금 심드렁하게 되었다. 그리고 연습과 노력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완전함과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잘난 사람만 교만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부족하다고 스스로 한계를 만들어 놓고 그곳에 안주하는 교만에 빠져있었다.
우리가 4년 전 처음으로 교회음악에 데뷔하던 날, 명동성당에서 틀릴까 봐 조마조마하며 불렀던 노래의 기도문처럼, 주님의 은총으로 그분의 지체가 되어 완전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을 소망한다.
빛에서 나신 빛이시여,
세상을 구원하시는 예수님
간절한 찬양과 기도를 자애로이 들어주소서.
절망한 이들을 위하여 몸소 육신을 입으셨으니
저희를 주님 복된 성체의 지체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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