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사유화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와 철도노조의 대립이 결국 파국으로 치달았다. 철도문제는 근본적으로 국민 삶의 질적 토대와 관련되어 있기에 무엇보다도 국민의 공감대를 근거로 의문의 여지없이 논의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국민의 의사가 배제된 채 정부와 철도노조 사이의 일방적인 논란으로만 축소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민의 여론을 깡그리 무시한 것도 간과할 수 없지만 철도의 사유화와 그에 따른 공공성 침해에 대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과 경찰의 공권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태도는 성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관계자들은 철도민영화가 아니라고 되풀이하지만 그 말이 신뢰를 주지 못한 이유를 먼저 깊이 살펴봐야 했다.
철도노동자들을 두고 철밥통이니 신의 직장 운운하는 것도 공감할 수 없는 선동에 불과하다. 그리 말하려면 국민세금으로 재산을 불리는 것 외엔 소신도 능력도 없는 정부의 관리들을 비롯하여 미더운 일은커녕 국민의 근심거리가 된 국가기관의 숱한 한량들의 자리부터 단속해야 하지 않았을까.
대통령의 직무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헌법, 제69조)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1년 동안 이뤘던 업적이라면 이 선서의 저편에서 군림하기를 즐기거나 그에 역행했던 것 말고 과연 무엇이 있었던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어떻게 하면 모두가 잘 살게 하느냐 하는 생각 외에는 다 번뇌다”라고 정색하지만, 정작 자신이 국민의 번뇌의 중심이라는 것을 정녕 모르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출마 선언문에서 “어떤 국민도 홀로 뒤쳐져 있지 않게 할 것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갈 것입니다”라고 했던 말은 그 자체만으로도 그 어떤 공약보다도 따뜻한 인간미로 가득 찬 것이었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의 정치원칙이 되기를 바라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헛된 것일 뿐이었다. 취임한 후 1년 동안의 행보는 대통령의 말이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해줄 따름이었으니 말이다. 그 말이 진정성을 지닌 것이었다면 철도노동자와 어떻게든 함께 가는 길을 찾아야 했다.
‘저희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정부와 갈등에 휩싸인 사람들이 자신의 조국의 땅에서조차 마땅히 갈만한 곳이 없다는 것은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일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차마 믿고 싶지 않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경찰의 추적에 쫓기는 철도노동자가 “저희가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오직 여기 조계사 밖에 없었습니다”라고 했던 말에 아마도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나마 조계사라도 남아 있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명동성당이 한때 민주화의 성지였다는 기억을 더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질없는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부당하게 쫓고 쫓기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더 이상 국가폭력이 아니라 넉넉한 인내와 소통으로 해소해가는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그 누구, 단 한 사람보다도 더 우월하게, 더 위에 존재하는 허구의 국가이데올로기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나라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는 누구를 위한 곳인가?
교회는 본질적으로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무슨 선심을 쓰듯 자리를 내어주는 곳이 아니다. 교회는 이 세상을 손님처럼 사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동안 잠시 머무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교회의 주인인양 행세할 수 없다는 뜻이다. 예수 자신도 이 세상에서는 머리 기댈 곳조차 없다 했다.(루카 9, 58 참조) 교회는 적대적인 종교와 정치세계로부터 내쫓기거나 온기 없는 권력과 폐쇄적인 차별을 거부한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부비고 살며,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연대의 공동체이다. 그래서 교회다. 교회는 그런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곳이어야 한다.
김정용 신부는 1993년 사제로 서품됐으며 현재 광주가톨릭대학교 교수로 봉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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