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인권상황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인권개선을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과 압력도 필요하지만 일차적으로는 북한 스스로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의 북한 당국자가 스스로 인권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권개선을 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북한주민들이 인권의 의미를 이해하고 인권개선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것은 기대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둘 다 가능성이 매우 낮다.
지구상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저절로 이룬 나라는 없다. 많은 이들의 피와 희생을 바탕으로 이룬 것이다. 또한 외부의 지원과 압력에 의하여 민주주의를 성취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경우 더욱 안정적인 기반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북한주민에게는 희망이 없을까? 그렇지 않다. 북한 주민들이 현재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지만, 약간의 교육과 정보만 제공되면 매우 빠르게 인권의식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여성들이 중국 국경을 넘어서 인신매매되고 있다. 그런데 북중 국경을 막 넘어오는 여성들에게 인신매매 여부를 조사하면 10% 정도만이 인신매매 되었다고 응답한다. 그러나 중국 체류 후 몇 달 뒤 동일 대상자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30~40% 정도가 인신매매 되었다고 답변한다. 이들이 국내 입국한 직후 조사하면 70~80%가 인신매매 희생자였다고 답변한다. 그런데 한국사회 정착 몇 년 후에는 거의 90% 이상이 인신매매 희생자였다고 밝힌다.
북한 여성들은 인신매매되는 상황에서도 이것이 인권의 문제인지, 얼마나 심각한 범죄행위인가에 대해서 처음에는 대부분 알지 못했다. 중국에 와서 어렴풋이 알게 되고, 한국에 와서 인권에 대한 개념과 인권보호에 대해서 배우게 되면, 그때서야 분노하게 된다. 북한에서는 인권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 것인지? 왜 보호하고 보호 받아야 하는지? 그런 교육을 받은 적이 없고, 대부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
북한 인권사건의 50% 이상은 조사 및 구금시설에서 발생한다. 그런데 조사기관과 구금시설 담당자들은 대부분 고문이 불법이라는 것과 고문을 하면 안 된다는 그 자체를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조사과정에서 폭행을 당하고 고문을 받으면서도 이것이 인권문제이고 불법이라는 사실을 피해자도 인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물론 고문과 폭행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더라도 그에 항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 공안기관 근무자들이 선천적으로 악하고 흉악한 사람들이어서 고문을 행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들은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다. 북한은 조선시대와 일제 식민지배에서 곧바로 공산주의 체제로 전환되었다. 서구사회와 한국 같은 시민사회의 경험이 전무한 곳이다. 인권과 민주주의, 시민의식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 인권 가해자라고 비난만 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국가는 국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서 권력기관의 권력남용 방지와 공무담당자들에 의한 인권피해를 방지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이들을 교육시키고 감독해야할 책임이 있다. 북한 당국이 스스로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외부 세계는 북한 주민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북한 사법기관 및 구금시설 관계자를 외부로 초청하여 인권 규범에 대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고, 북한주민들에게도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인권과 시민의식,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정보접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비난과 비판만이 아니라 이들에게 교육과 정보 접근에 대한 기회가 함께 제공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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