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필요했네, 아담이 지은 죄, 그리스도의 죽음이 씻은 죄. 오, 복된 탓이여! 너로써 위대한 구세주를 얻게 되었도다.”
오랫동안 성가대를 지휘했다는 이유로 황공하고 은혜롭게도 부활찬송 부를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시각장애인선교회가 남산에 있던 시절 한국말에 서툰 외국인 신부님을 대신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스무 살 총각이었던 나는 “오, 복된 탓이여!”를 부르며 공연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 이후로도 이 부분은 목소리가 안나올까봐 항상 조마조마한 부분이다.
교리 시간에 배웠지만 죄로 인해 죽음이 생기기 전의 상태, 위대한 구세주 예수님께서 약속하신 부활과 영원한 생명의 의미를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영원한 생명은커녕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죽음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것이 없으며, 심지어 죽음의 이런 무시무시한 법칙에 대한 경외감조차 자주 잊고 산다. 이런 상태로 신경과 삼종기도 같은 기도문을 통해 그저 막연히 영원한 생명을 기도하는 것이 옳은 건지 끊임없는 의문이 떠올랐다.
우리 합창단은 빛에 관한 노래를 많이 부른다. 이들과 함께 빛을 노래할 때마다 나는 항상 충격을 받는다. 눈 감은 자들이 간구하는 빛은 눈 뜬 내가 알고 있다고 여기는 빛과는 사뭇 다른 어떤 것이다. 그것은 마치 어두울수록 더 잘 보이는 희미한 별빛과 같다. 내가 여태 알고 있다고 여기던 당연했던 것들은 하나 둘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다시 그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나는 예수님이 간구하는 자들의 주님으로 표현될 때마다, 눈 먼 이들과 빛을 노래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오 복된 죄여!”할 때마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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