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처럼 하느님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럴 수만 있다면 한 점 의혹 없이 튼튼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징표를 청했었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끝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예언자들은 우리가 대화 나눌 때와 비슷한 똑똑한 목소리로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되는 것일까. 믿음의 정도가 달라지면 징표의 확실함도 함께 달라지는 것일까.
사실 내 눈에는 작은 예언자들이 많이 보인다. 그들은 내밀한 은총을 밖으로 드러내며 나를 경외감에 사로잡히게 한다. 들에 피어난 들꽃, 이른 새벽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천진한 웃음을 머금은 아이들, 시와 그림들.
실상 모든 아름다움은 하느님께 속한 것이다. 은총으로만 얻을 수 있는 내밀한 계시를 타인이 이해할 수 있는 말이나 표양이나 형태로 드러내는 이들이 예언자라면, 하느님의 아름다움으로 드러나는 모든 피조물은 그것을 알아볼 수 있는 이에게는 예언자가 되는 셈이다.
나는 시각장애인들과 합창을 만들어가며 이들과 내가 특별한 은총 속에 있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원래부터 아름다움을 가지고 태어난 꽃이 그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이들의 생애는 평범한 삶을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상상도 못 할 만큼 고난과 절망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불편한 육신으로 세상에 던져져 온갖 굴곡을 거쳐 온 이들이 그것을 승화해내어 불러낸 노래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이들과 나는 예언자처럼 살 수 있는 것일까.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기뻐하고 슬퍼하고 보살펴주고 싸우는 동안 받은 계시와도 같았던 우리의 이 뜨거운 경험들을 세상에 널리 노래로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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