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천 석남동성당에서는 베트남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혼인성사가 있었다. 본당 신자들이 한 마음으로 베트남 신부에게 미용실 서비스와 한복, 이불을 선물하고 축하해 주는 모습에 마음이 흐뭇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신부도 연신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반대로 기자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는 요즘 씁쓸한 장면을 보곤 한다. 동네 곳곳에 ‘00동 행복주택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서다. 몇 주 전에는 퇴근하고 아파트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보니 엘리베이터 출입문 앞 의자 위에 서명용지와 볼펜이 놓여져 있었다. 무슨 일인가 궁금했다.
안내문에는 기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 ‘행복주택’이 지어질 예정으로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지역 이미지 실추에 따른 집값 하락이 우려되므로 주민들이 반대해야 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행복주택에 대해 알아봤다. 국토교통부가 공급하는 행복주택은 도심에 거주하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경제적 기반이 없는 젊은 층과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 취약계층, 주택 청약통장에 가입한 일반인에게 주변 시세보다 싸게 임대하는 주택이다.
스스로 ‘중산층은 된다’고 여기는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보다 가난한 이들이 같은 동네에 살게 되면 자신의 지위가 낮아지고 현실적으로는 집값이 떨어질 것이 걱정돼 서명운동을 벌였던 것이다. 기자도 서명을 했다. “행복주택 찬성합니다. -박지순-”
베트남 여성을 위한 혼인성사를 주례한 이태성 신부는 “본당 관할구역에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민이 많아 그들에 대한 사목적 관심과 배려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태성 신부의 말은 가톨릭신자들이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할 ‘공동선’을 보여주는 것이며 행복주택도 넉넉한 마음으로 품어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친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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