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라는 방대한 과제를 안고 사는 우리는 지금 서로가 다른 생각을 하면서 분단의 아픔 속에 살고 있습니다. 저는 분단의 아픔으로 몸부림치는 한반도에 태를 묻은 한 사람입니다. 또 우연한 기회에 남과 북의 분단의 두 현실을 직접 경험하는 행운 아닌 행운을 받은 사람이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엇 때문에, 누가, 왜? 라고 하는 끝없는 질문을 하면서 분단의 원인도 남북이 주장하는 역사도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의 주장은 그 나름대로 역사적 현실과 그럴 수밖에 없었던 타당성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근본은 하나입니다. 하나의 민족, 하나의 땅이 정치인들의 야심에 둘이 되었다는 것만큼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입니다.
우리 민족은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슬기로운 민족으로 어느 민족에게도 뒤지지 않습니다. 고려 이전의 삼국시기에도 그랬고 그 이후의 나라들도 전쟁을 했고 땅이 여러 소국으로 갈라진 적은 있어도 영토의 계선만 그어져 있었을 뿐, 서로가 오고 갈 수도 있었고 장사도 하면서 문물을 교환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구상에 유일무이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만이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고 원수가 되어 살아갑니다. 분단선을 조금만 넘으면 상대국의 적이 되는 오늘날의 한반도에서 우리 민족은 분단이 시작되던 그 날부터 오늘날까지 원인도 없이 그저 서로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배워야 했고 또 그렇게 쇠뇌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분단이 낳은 고통으로 우리민족은 오늘도 가슴을 치고 아파하는데 남과 북의 현실은 통일이 아니라 분열로만 가는듯해 저는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과연 어디에 진실이 있을까요? 더욱이 저는 남한에서 바라본 통일에 대한 입장과 시선은 곱지만은 않습니다. 북한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사람들과 민주주의를 주장하고 조금만 북한과 비슷한 목소리를 내면 무조건 다 종북으로 평가하는 현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물론 북한과 달리 자신의 의사에 따라 어떤 사상도 본인이 원하면 받아들일 수 있고 정치 활동 참여도 너무나 자유로운 남한의 현실은 좋은 점도 많습니다. 내가 좋아도 싫어도 무조건적인 찬성, 무조건적인 충성만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저 같은 사람들은 모든 것이 자유로운 남한의 이 현실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하루를 살아도 자유를 누리며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이나 동물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유와 행복을 찾아온 사람들이 바라본 남한의 자유와 행복 속에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문도 많습니다. 북한에서는 남한의 통일이 외세의 간섭 때문에 안 되고 있고 자본주의 사회가 아닌 사회주의 사상으로 일색화된 북한식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또 남한에서는 남과 북이 하나가 되고 공산정권의 독재에서 북한인민들을 해방시켜 그들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기위해 통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외세의 간섭이 없이 우리민족 자체의 힘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북한의 주장에는 저도 공감이 갑니다.
왜냐면…. 내 집안일에 남을 끌어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러나 한반도 전체를 북한식 공산 체제로 만들고 북한과 같은 독재 국가를 만든다면 누가 그런 통일을 바라겠습니까? 반대로 내 집안일에 남이 꼭 참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그렇게 훌륭한 생각 같지는 않습니다. 어찌됐든 한반도의 통일은 우리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이루면 더 좋지 않을까요?
저는 한 반도의 통일문제는 돈 계산부터 앞세우는 그런 방식, 사상을 강요하는 방식이 아니라 순수한 민족 사랑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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