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으로 뛰어들어야 하는 순간이 많이 있었다. 마음은 매번 그 모험에 뛰어들라고 속삭였지만 나는 그때마다 그 소리를 외면하며 편안한 쪽을 선택해왔고 내 삶이 위협받을 만큼의 커다란 위기는 단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것 같다.
결과적으로 비교적 평화롭고 풍족한 환경을 누리고 있지만, 나의 일상 대부분은 두려움과 후회와 무료함으로 짓눌려있다. 이렇게 온통 세상의 의식으로 둘러싸인 채로 주님의 얼굴을 찾는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가끔 사람들이 나에게 힘만 많이 들고 결실 맺기는 어려운 시각장애인 합창단 지휘하는 이유를 묻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봉사하느라 수고가 많다고 나를 추켜 주기도 한다. 나도 봉사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에 취해보기도 했고, 때로는 지쳐서 나가떨어지고, 결실이 부족해 애태우던 때가 많았다. 그러나 내가 이 합창단을 하는 진정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특별한 봉사 한다고 허세에 빠진 것도 아니고 최초의 시각장애인 직업합창단을 만든다는 포부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번번이 편안함만을 따르다 절망에 빠져버린 나를 구원하시려는 주님의 사랑 때문이었다.
우리 합창단 단원들의 인생은 선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채로 고난이며 모험이다. 사는 것 자체가 육신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끊임없는 도전이고,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숱한 위험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믿음의 실천이다.
나처럼 스스로 삶을 고난으로 물들일 용기가 없는 비겁한 사람에게는 이렇게 타인의 고난에 동참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큰 축복이다. 나는 이 축복의 시간을 통해서 열심히 모험을 외면하며 도망쳐왔음에도 내가 여전히 현재에 안주할만한 처지에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일 연습시간 단원들에게 “장애가 대수냐?”며, “정안인 합창단보다 더 잘해야 한다.”며 독려하는 나의 목소리를 가슴 속에 가만히 담아 두었다가 고요한 시간 다시 꺼내어 듣는다. “인곤 요셉아! 용기를 내어라. 일상은 너의 한계가 아니다. 너를 죽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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