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사회교리는 글로벌 나눔의 당위성과 구체적인 지침을 알려주고 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것을 모든 사람이 사용하도록 창조하셨기에, 지상의 재화는 사랑과 정의에 따라 공정하게 나누어져야 한다. 굶주리고 가난한 이를 돕기 위해 자기 재화를 나누어 주고, 특히 ‘개인이나 민족이 스스로 돕고 발전할 수 있도록 원조’하여야 한다.(사목헌장 69항) 또한 ‘도움을 받는 사람의 자유와 품위를 최대한 존중’해야 하며, 불행의 결과만이 아니라 그 ‘불행의 원인’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곤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민족에게 효과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평신도교령 8항)
주교회의는 해외 원조 사업에 대한 홍보와 신자들의 의식 강화를 도모하고자 1월 마지막 주일을 ‘해외 원조 주일’로 정해 지내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구적인 민간단체들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해외 원조를 시작했는데, 한국교회도 발걸음을 함께해왔다.
주교회의 국제개발협력 기구인 ‘한국 카리타스’는 1993년, 서울대교구의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1989년 해외사업을 시작했다. 해외 원조 20년이 넘은 한국교회의 조직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양적 질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많아 보인다.
한국 카라타스는 해외 원조 첫 해 약 10억 원을 시작으로 1990년대 매년 평균 10억 원을 해외사업에 지원했다. 2012년 국제개발협력 사업비(대북사업 지원비 포함)는 약 33억 원으로, 20년 동안 3.3배 증가했다. 2012년 국제개발협력 사업비 가운데 신자 의식 강화를 위한 세계시민교육에는 약 400만 원이 지출됐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해외 원조 첫 해에 약 210만 원을 시작으로 1990년대 매년 1~2억 원 가량을 해외사업에 썼다. 2012년 국제개발 사업비는 약 15억 원이었고, 이 가운데 약 9200만 원이 국제자원활동사업과 세계시민교육에 사용됐다. 비슷한 시기에 해외 원조를 시작한 개신교 기반의 국제개발협력 단체인 ‘월드비전’ 등이 기아체험 24시간과 같은 홍보와 모금, 전문가 양성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비약적 발전을 하는 사이 한국교회는 그러지 못했다.
한국교회의 국제개발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첫째, 사회교리에 기반하고 가톨릭의 정체성이 깃든 국제개발협력의 방향성과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불행의 결과뿐만 아니라 원인까지 없애기 위한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교회 기관들은 옹호와 캠페인 그리고 의식교육에 대한 투자가 미미하다. 가난한 이를 도우면서, 왜 그들이 가난한 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또한 원조 활동에 있어 가톨릭 특성을 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반면, ‘세이브더칠드런’하면 어린이사업에 특화되어 있는 단체로 해외아동결연, 모자뜨기 캠페인 등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둘째, 국제개발협력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전문인력이 부족해 사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다양한 모금 방법 개발을 통한 모금 확대가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두 가지를 체계적으로 조직하기 위해 연구와 기획의 기능을 교회의 국제개발협력 기관 안에서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
전략적으로 교회의 국제개발협력 방향을 연구하고, 정기적으로 교회의 국제개발협력 내용을 조사 집계하며, 가톨릭 국제개발협력 네트워크를 마련하고, 해외사업과 이에 따르는 홍보와 모금의 중장기 전략을 기획하며, 세계시민교육, 국제자원활동, 국제현장학습 등의 다양한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해외 원조 주일이라는 명칭의 변경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원조라는 말에는 강자, 부유한 자가 약자 또는 가난한 자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베푼다는 어감이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는 주로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도 2012년 원조를 넘어 개발협력으로의 변화된 패러다임을 반영하고 애드보커시(옹호) 활동을 강화하기 위하여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한국교회가 단순 원조를 넘어 지구촌 이웃들과 동반자 관계에서 펼치는 국제개발협력을 증진하고,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이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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