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실로 가세요.”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성당에 들어가려던 어느 날 봉사자의 제지를 당했다. 미사가 시작되기 전에 아기가 성당 분위기에 익숙해지도록 성당과 성물들을 보여주려던 참이었다. 봉사자의 마음은 이해가 된다. 경건해야 하는 성당에 소음은 분심의 주범이니 언제 울지 모르는 아기는 유아실로 보내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부모가 어린 아기와 미사를 드리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유아실에서는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음에 아기가 놀라 울기 일쑤고 성전으로 들어가자니 신자들의 눈총이 따갑다. 간신히 유아실에서 미사를 드려도 유아실엔 수유할 공간도 기저귀를 갈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부모는 성당 문을 나선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성당을 오기위해 준비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리고 성당 분위기에 적응시키기 위해 미사 30분 전에 성당에 왔음에도 말이다. 부모가 나가는 이유는 아기가 울어서가 아니다. 우는 아기를 바라보는 신자들의 시선을 견딜 수 없어서다. 아기의 울음소리에 부모는 죄 없이 죄인이 된다.
이런 부모들에게 교황 프란치스코가 12일 로마 시스티나성당에서 열린 유아세례식에서 한 말은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세례식 동안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자 교황은 그 소리를 “가장 아름다운 합창”라며 예식이 진행되는 중에도 “만약 아기가 배가 고파 울고 있다면 걱정하지 말고 젖을 먹이는데 집중하라”고 말했다.
아기 예수님도 인간의 몸으로 오셨기에 그 거룩한 밤에 이 아기들처럼 울지 않았을까. “어린이들이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말고 그냥 놓아두어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성당에서 아기들이 웃거나 울어도 불편한 시선으로 보지 않고 자연스러운 날이 오길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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