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의료봉사를 하던 의사 선생님 한 분이 몇 년 전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자신을 두고 그리스도인이면 그리스도인답게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지 왜 여기저기에 알리냐고 말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의사 선생님은 억울했지만 적극적으로 해명하자니 꼴이 더 우습게 될 거 같아 포기했다고 한다.
한 신자는 음식을 만들어서 어려운 이웃들뿐만 아니라 스님들에게도 나눠드렸다가 왜 천주교 신자가 스님들에게 음식을 주냐고 화내는 사람을 만나 곤욕을 치렀다. 이렇듯 선행을 베푼 사실이 알려져 주변 신자들에게 욕을 먹는 경우가 놀랍게도 자주 있는 듯하다.
분명 흑심을 품고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은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한 선행들이 악행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 기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그 기부로 인해 목숨을 건진 사람들에게는 그는 분명 고마운 사람이다. 다만 그 사람들은 받을 상을 이미 여기에서 다 받을 뿐이다.
우리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알면서도 선행을 알리는 이유는 그들의 착한 행실을 보고 동참하기 위해서다. 여러 해 동안 꾸준히 봉사를 한 분들 중에 정말 별거 아닌 이유로 선행을 시작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마음에 든 이성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나 본당 신자들이 함께 하자고 해서 시작한 선행이 주위의 칭찬과 격려 덕분에 십 년 이십 년을 넘어서까지 이어진다.
독자들에게 신문에 어떤 기사가 많이 실렸으면 좋겠냐고 묻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사를 부탁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미담은 우리 마음 한 쪽에 온기를 전해주는 동시에 삶에 지친 이들에게 그래도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주는 훌륭한 선교이기도 하다. 그러니 누군가 선행을 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왜’라고 묻기보단 ‘나도’라고 대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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