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은 모두 흙벽돌집에 아궁이 불을 때 난방을 합니다. 산에 사는 특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 나무를 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지만 뜨끈한 구들방에서 몸을 녹일 수 있는 기쁨이 있습니다. 뭐든 다 좋을 순 없고, 다 쉬울 수는 없으니까요.
시골에 와서 가장 호사를 누린다고 생각되는 점이 바로 황토 집과 구들방입니다. 덕분에 도시에 살 때보다 건강이 좋아졌습니다. 공기도 맑고, 매일 땀 흘려 일하는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피로를 잘 풀 수 있는 집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구들방은 매일 불을 때야 하는데 불 때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귀농 1~2년 때에는 아궁이 불 지피는 재미에 푹 빠져서 한 시간 내내 아궁이에 앉아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불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아궁이에 불을 넣을 때는 잔가지와 조금 굵은 가지를 넣은 후 굵은 나무를 넣어야 잘 탑니다. 처음 불을 지필 땐 바람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바람이 잘 들어야 불이 잘 붙습니다.
불이 붙기 시작하면 ‘타닥타닥’ 나무가 소리를 냅니다. 빨간 불꽃이 휘날리며 따뜻한 공기가 구들 길로 들어갑니다. 점점 불길이 거세지며 뜨거워지는 공기가 구들돌을 데워서 방이 따뜻해집니다.
아궁이 불을 때면서 나무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는 살아있는 동안 우리에게 신선한 공기를 주고, 뿌리로 물을 만들어줍니다. 홍수나 가뭄을 막아주고, 시원한 바람도 제공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이 다 했을 때 그 몸을 불태워 우리를 따뜻하게 쉬게 합니다. 그리고도 끝이 아닙니다. 그 재는 흙 속에서 소중한 거름이 되어 우리들의 먹을거리를 만들어줍니다.
나무의 삶을 생각하며 저를 돌아봅니다. 나의 삶으로 누군가를 살리고 있는가? 난 내가 하는 일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묵묵한가? 나의 시간과 내가 가진 것들을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내어놓고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개집니다. 아궁이에서 춤추고 있는 불꽃처럼 말입니다. 그러다 문득 깨닫게 됩니다. ‘나는 매일 누군가의 나눔으로 인해 살아가고 있구나!’ 먹을거리를 통해 오는 여러 작물들의 생명, 내 편리한 삶을 위해 여러 도구들을 만들어주시는 누군가의 손길 등의 덕분이지요. 겨울은 그렇게 감사함을 느끼며, 감사함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계절입니다. 그래서 조금 더 겸손 해 질 수 있는 계절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