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와 통일은 몇촌간일까?
최근 민주화운동에 투신하고 있는 몇몇 벗들에게서 들은 얘깁니다. 『민주통일국민회의 결성 준비차 전국의 여러 신부님들을 만났는데 정말 놀랬어요. 신부님들이 통일문제에 그토록 관심이 클줄은 정말 몰랐거던요…. 정말 좋습니다.』
순간 치솟는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떨쳐 버리기라도 하듯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신부들도 분단ㆍ통일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만…』내 귀에도 풀죽은 목소리로 들렸고 그리고는 분단시대의 아픔ㆍ분단의 역사와 관련된 몇가지 기억이 활동사진처럼 되살아 나면서 내가 나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신부와 통일은 몇촌간일까? 신부와 분단이 더 친할까? 신부와 통일이 더 친할까? 신부와 통일은 도대체 몇촌쯤이나 될까? …』
◆온갖비극의 뿌리는 분단인데
분단시대 40년. 온갖 반(反)인간적、반공동체적、반민족적인 악은 분단때문에 불가피하다고 해 왔습니다. 국내외 독점자본의 횡포와 농민 근로자 등의 아픔도 분단 때문에 어쩔수없다고 해왔습니다. 남북 모두 국가예산의 30~40%의 엄청난 군비지출 미ㆍ소강대국들의 아귀다툼에 편승하는것도 분단 때문에 선(善)이라 해왔습니다. 군부독재도、병든 언론도、양갈보 왜갈보 문화도 분단 때문에 당연시ㆍ정당시되어 왔습니다.
사양산업ㆍ공해산업 수입도 분당 때문에 불가피한 것으로 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농민운동ㆍ근로자운동ㆍ빈민운동 학생운동ㆍ여성운동ㆍ반공해운동ㆍ평화운동ㆍ통일운동은 대반역이며 도려내야할 암으로 단죄되어 왔읍니다. 이렇듯 분당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온갖 악이 정당화되는 고약한 명분이자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단의 공범자?
일본군사제국주의자들의 침략이 없었다면 이 겨레의 분단은 없었을 것입니다. 한 맺힌 이 땅、이 겨레를 놓고 잔인한 흥정을 벌렸던 미국과 소련의 수작이 없었다면、그리고 강대국들의 더러운 수작에 편승하여 제 안보만을 노렸던 소수의 앞잡이들이 없었다면、이 겨레 분단은 없었을 것입니다. 외세와 손잡고 제 안보만을 노리던 앞잡이는、역사와 민중을 거역하며、할애비-아들-손자 등 대를 이어 오면서 앞잡이로서 분단의 주범 노릇을 해 오고 있습니다.
허리가 동강 난 이 좁은 땅에 갈은 날 제사 드는 마을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 땅의 신부들이 이같은 분단역사에서 어떠한 삶을 살았습니까? 일제식민치하에서、미ㆍ소의 개수작과 외세에 편승한 안보주의자들이 판을 칠 때、이 땅의 신부들이 무엇을 했습니까? 신식민주의 냉전주의 이른바 이데올로기 개싸움에서 이 땅의 신부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침묵만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분단의 공범자가 아닙니까? 나는 나 자신에게 거듭 물어 봅니다.『하느님과 겨레앞에서 너는 진정 통일을 원하는가? 얼마나 절실하게 그리고 뜨겁게 원하고 있는가? 만일 통일이 되어 나 자신이 지금 누리고 있는 어떤것-그건 신부라는 신분일 수 있고、나 또는 교회가 소유하고 있는 정신적ㆍ물질적인 어떤 것-을 잃지않을까하는 불안은 전혀 없는가? 통일을 가로막는 장애를 올바로 인식하고、이를 없애기 위한 단 한가지 노력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는가? 한분이신 하느님、하나되기 위해 온 삶을 바치신 예수님、오로지 하나되기 위해 존재하는 교회…이러한 나의 신앙고백(?)이 이 겨레 통일을 향한 신앙행위(?)와 도대체 털끝만한 관계라도 있었던가?…』
분단이 굳어진 당시 한국천주교회를 대표(?)했던 한 고위성직자의 얘기를 듣고、내 입에서 터져나온 말은 개XX였읍니다. 그 분은 유신독재 말기에 이런말을 했습니다. 『이승만이 추진한 남한단독정부 수립에 나는 적극 협력했던 것입니다. 나는 일생을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몸바쳤던 것입니다』『요즈음 신부들이 잘못하고 있어요. 보세요. 한국천주교회가 국교도 아닌데도 우리 정부가 우리 교회의 얼마나 잘해주고 있어요. 우리 신부들은 이렇게 고마운 정부에 감사해야지요』이분이 생각하는 나라와 겨레는 무엇이며、이분이 추구해온 복음화 구원、우리교회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고 있습니까? 한마디로「자기안보」뿐입니다. 이같은 논리에 따른다면 히틀러 진시황 스탈린 김일성 등이 성직자ㆍ교회의 보호만을 보장한다면 고마운 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교리가 나올게 뻔합니다. 실상 이분은 일제 말기에「국민총력」경성교구연맹 이사장으로서 신사참배 및 침략전쟁수행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전과가 있던분이었습니다.
◆통일의 몸부림ㆍ통일의 신바람을 빌면서
작년 10ㆍ29 ~ 11ㆍ2일까지 일본에서 세계교회협의회 국제위원회 주최로「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정의협의회」가 열렸습니다. 이 모임에 참가한 세계교회지도자들은 분단된 한반도의 긴장이 세계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임을 확인하고、한반도 분단의 아픔에 동참하고、그 해결을 위해 한반도 민중과의 연대방안、통일을 위한 세계교회의 역할 등을 모색했습니다. 실상 이 민족의 분단은 세계사의 죄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개신교는 이렇게 통일과제를 구체적으로 찾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땅의 가톨릭교회는 역사와 현실을 떠난 추상적 관념적인 평화ㆍ일치가 아닌、이 겨레 역사와 삶의 현장에 깊숙히 뿌리 내리는 변혁의 몸부림이 있어야할 것입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통일과제를 찾아 붙들고 늘어지는 데서 구현될 것이라 믿습니다.
새해를 맞는 우리신부들의 기도ㆍ몸부림ㆍ신바람은 통일을 향한 것이기를…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나는 죽는다/나는 이 겨레의 허기진 역사에 묻혀야 한다/두 동강난 이 땅에 묻히기 전에/나의 스승은 죽어서 산다고 그러셨지/아-/그 말만 생각하자/ 그 말만 믿지 그리고/동주와 같이 별을 노래하면서/이 밤에도/죽음을 살자」(문익환 지음「마지막 시」전문)
지금까지 방주의 창을 집필해 주신 김영환신부ㆍ김수업교수ㆍ최용록신부ㆍ맹광호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정호경신부ㆍ정달영씨(한국일보 편집부국장겸 종합편집부장)서영석교수(영남대학교 농축산대학장) ㆍ심상태신부(가톨릭대 신학부 교수ㆍ신학박사)순으로 집필해 주시겠읍니다.
정호경
◇1940 경북봉화출생
◇1960~76 가톨릭大學졸업및 고
려大 대학원 석사학위취득
(심리학)
◇1968 사제서품
◇現 한국가톨릭 농민회 지도신
부(1982~)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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