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대학시절의 은사님 내외분이 두달동안 구라파 일주여행을 다녀오셨다.
그분의 회갑기념으로 제자들이 뜻을 모아 주선한 것이었고 단체관광이 아니라 두분만의 오붓한 자유로운 여정이었다.
그후 은사님과 함께한 자리에서 여러가지 여행중의 재미있었던 에피소드와 실수담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에 남는 세가지가 있다면 첫째 그동안 무종교주의자로 자처해왔지만 여러곳의 성지를 두루 살펴보면서 신앙의 필요성과 가톨릭을 믿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는 점과 둘째로 구라파인들의 조상의 유물이나 전통에 대한 알뜰한 보존의식에 놀랐다는 것과、마지막으로 음식점에 대한 잊을수 없는 인상이라고 했다.
즉 숙소는 호텔로 정했지만 식사만은 가는 곳마다 일부터 뒷골목의 허름한 식당을 찾아다녔는데 음식때문에 고생한 경우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평소에 외식만하면 배탈이 자주나는 편이라 이국땅의 생소한 음식을 대하면서 무척 걱정이 되었는데 전혀 사고가 없었고 따라서 그네들의 지극히 정결한 위생관념이 정말 인상적이고 부러울 정도였다는 말씀이었다.
그 이야기 끝에 자연히 우리 주변의 문제로 옮겨와 걸핏하면 집단식중독과 간염이 발생하는 현실을 걱정하게 되었고 멀잖아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경기장시설이나 호텔과 교통문제의 해결보다 음식의 위생문제가 더 시급한 과제일 것이라는 공통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믿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그것은 거창한 소독시설과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해결되는건 아니다. 엄중한 위생조사와 행정처벌로 이루어지는것도 아니다. 전공무원을 동원하여 음식점마다 하루종일 파견감시를 한다해도 불가능한 일인것이다.
요는 각자의 양심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아무리 하찮은 반찬 한가지라도 그것을 나 자신과 내 식구들이 먹을 것이라는 정성으로 장만할때、아니 그보다 더한 주의를 기울일때라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좀더 비약해서 말한다면 이웃을 내몸같이 사랑하는 그리스도적 사랑을 정신이 밑바탕이 되어야만 가능하리라믿는다.
따라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식당주인만이 양심을 지키도록 요구하는건 우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교회내의 실정은 어떠한가? 신앙생활의 기본은 믿음이란 것을 우리는 잘 알고있다. 즉 하느님을 굳게 믿고 주님의 형제자매끼리 서로 믿고 사랑하는데 있다. 허나 신자라면 마치 친형제처럼 친근감이 생기고 서로 믿을 수 있었던 옛날의 아름다운 정경이 자꾸만 사라져가고 있으니 웬일인가.
우리교회가 날로 세속화되어 가고 신자와 미신자의 구별조차 힘들어지고있는 오늘의 부끄러운 실정은 선조들이 이루어 놓은 귀중한 전통과 유물들이 우리 눈앞에서 허물어지고있는 광경을 보는듯하여 안타깝기 그지없다.
주여 우리를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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