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제연합(UN)이「청소년의 해」로 정했고 또한 한국주교회의는 올해 우리 교회의 목표를「증거의해」로 정했다. 우리는 새해를 맞으면서 이 청소년의 해와 증거의 해를 어떻게 조화롭게 보낼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돌이켜보면 청소년문제가 우리 사회에서 크게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는다. 1960년대 후반 우리 사회가 급격히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되면서 청소년이 가정과 부모에게서 격리되고부터 새로운 사회문제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즈음 우리의 기성세대에 가치관의 혼란이 일어났고 인간의 가치보다 물질의 가치가 우위에 서기 시작했다. 여기서 전통적인 가족사회는 붕괴되어 갔고 온갖 나쁜풍조에 물들어 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자라난 어린이들은 점차 청소년기의 연령이 되고부터는 기성세대의 나쁜 모방과 반항이라는 형태로 기성세대에 도전해온 것이다. 이것이 기성세대의 질서로 볼때 비행이요 범법행위인 것이다.
인생은 그 출발점인 유아기에서부터 먼저 가정이라는 사회속에서 사회화가 시작되며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완성되어 간다. 청소년들의 일탈행위(逸脫行爲)또는 비행이라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러한 사회화의 실패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결국 그들의 가정안에서 유아기와 아동기를 거치는동안 사회화되어 온 연령층이다. 이들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친구들 TV 기타 각종 사회적 환경속에서 우리 사회의 습관 신념 행동양식 등을 배우고 익히면서 그들 자신의 가치관과 규범을 정립해온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의 청소년문제는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들 자신에게만 돌릴 것이 아니라 우리 기성세대가 먼저 반성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지않고서는 해결점을 찾을 수가 없을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가 청소년문제를 생각하고 그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면 먼저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성인(成人)이 되었을때 어떤 인간이 되기를 바라는가 하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이점에 대해서 금년 평화의 날 메시지에서 교황 성하는 청소년들을 향해『여러분은 인간을 깊이 신뢰하고인간의 위대한 소명을 깊이 신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진리를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불가침의 권리를 존중함으로써 그 소명을 추구하십시오』라고 권고한다. 그런데 교황 성하의 권고와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데서 청소년들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그들이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현실적 가치관의 차이、불신이 만연하는 밥상머리에서의 가족대화、남을 짓밟아야 내가 살 수 있다는 경쟁의식、진리를 존중하기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따르는 처세방식、이런 것들이 오늘날의 청소년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청소년 문제에 있어 사실 매우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다.
그것은 우리의 청소년들로 하여금「사랑할 줄 아는 인간 동시에 빵을 벌줄 아는 인간」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이 양자를 동시에 이룩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어려울 때 어느 편을 더 우위에 두어야 할 것인가? 그러나 우리의 주장은 이 양자가 동시에 이룩될 수 있고 또 사랑을 더 높은 이상으로 삼을 때 인류의 미래는 밝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교황성하의 말씀을 다시 들어 보자.
『여러분은 스스로 어떠한 인간이 되고자 하는지. 여러분의 동료 인간들이 어떠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지、여러분이 어떠한 문화를 건설하고자 원하는지 여러분 스스로 물어 보십시오.
그 대답이 여러분의 사상과 충성심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하더라도 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러한 물음들을 스스로 물어 보십시오』
이권고가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모범을 보여야할 우리 기성세대에게도 해당된다.
우리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어떤 사람이 되기를 원하는가를 다시 한번 파문해보고 먼저 나 자신부터 그렇게 되도록 바라고 가르쳐야 할 것이다.
청소년 문제는 청소년 자신들에게 있다기보다 먼저 어른들에게 있는 것이다.
사랑을 가르치면서도 스스로 사랑을 보여주지 못하는 부모들、자신의 영리(榮利)에만 급급할 뿐 국가민족의 장래를 외면하는 정치인들、남을 속이고 독약같은 음식을 만들어 팔아 돈만 긁어 모으는 사이비 기업인들、가르침과 행동의 일치를 못 이루어 자신있게 교단에 서지 못하는 선생님들、진리와 사랑을 외치면서 현세적 욕망에 얽혀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종교인들 패기와 건전한 사고의 소유자보다 아부하는 부하를 더좋아하는 직장 상사들、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의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와 어린이를 사랑하신다고 말하면서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가난한 이들과는 가끔 친하고 돈많은 부자들과만 항상 친하게 지내는 교회…
우리 기성세대가 이런 모습을 바꾸지 않고서는 올바른 청소년 교육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의 생활모습에 변화를 결심해보자.
그 결심에는 아픔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그 아픔뒤에는 밝은 미래가 있다.
우리는 성인 성녀들의 시성은 영광은 부러워하면서도 그분들이 걸어가신 고난의 길은 외면하고 있지않은가.
증거의 해에 우리가 증거할 일은 바로 이런 점에서 솔선하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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